가정폭력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매맞은 부인이 남편을 고발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자식이 부모에게 폭행하는 소위 존속상해법이 증가했다.
「존속상해법 증가」
과거 우리사회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부장(家父長)의 권위가 막강하여 남편이 부인과 자식을 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은 아동을 양육하는데 필수는 아니더라도 불가결한 처사로 간주해 돴다.
이러한 유교적 가부장 권한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남편과 아버지에 의한 가정폭력이 난무했다. 그러나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거나 엄하게 다룬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처사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식을 엄하게 다룬다는 것이 반드시 폭행이나 체벌(體罰)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훈육이란 미명하에 부모의 자녀에 대한 학대가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 했다.
서구 사회에서는 물론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은 중죄(重罪)로 다루어져 왔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행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양에서 부모가 자식을 방임(放任)식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다. 체벌 대신에 자녀가 좋아하는 활동을 금지시키거나 예컨대 외출금지, TV시청금지, 용돈삭감 등의 처벌을 내린다.
아동 체벌과 그 효과
체벌을 가하는 것은 아동에게 일시적으로 효과를 가져오지만 그것은 두가지 결점이 있다. 첫째는 부모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처벌은 단지 처벌자가 없으면 아동의 나쁜 행위가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정폭력법이 제정된 이후 경찰에 고발된 가정폭력범이 크게 늘어나 검찰이 이들의 처리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자문활동에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IMF때문에 경제사범(經濟事犯)이 급증하는 판에 가정폭력범 마저 늘게 되니 우리의 감옥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가능하면 가정폭력범을 풀어주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정폭력, 처벌만이 능사?
검찰이 가정폭력범을 방면하려는 이유는 이 문제가 어디까지나 가정적인 문제이고 따라서 처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부인이 남편을 고발했어도 결국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 한 이들은 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더욱 이들 부부에게 자녀가 딸려 있다면 남편이 구속되어 처벌받는 것은 그들의 가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존속상해는 엄하게 처벌되었다. 그것은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유교적 가치관에서 가부장의 권한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가정폭력법이 제정되어 존속상해법이 고발되더라도 이들은 과거처럼 엄벌하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때리는 자식에게도 그럴만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과 자식도 아버지와 같은 독립된 인격체로 보려는 가칙돤이 싹텄기 때문이다.
부모를 폭행하는 자녀
시내 일간지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필자가 처음으로 상담한 안○○라는 존속상해범은 처음에는 매스컴에서 아버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파렴치범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그를 면접한 결과 그의 아버지가 피의자가 어렸을 때 상습적으로 폭행하였고 피의자는 늘 이것을 한으로 간직하여 성인이 된 후에 아버지에 대한 보복심으로 폭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가 다소 알콜중독등이 있으나 그가 이를 치료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또 고발자인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어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결국 그 피의자는 훈방되었다.
가정폭력법은 만시지감(晩時之感)이 있지만 잘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의 제정으로 가부장에 의한 부인과 자녀에 대한 폭행이 크게 줄었다. 그리고 존속상해범에 대한 가혹한 처벌도 많이 완화되었다.
무조건 이혼보다는 중재를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가정폭력범이 늘어나 이들을 처리하는 문제가 난제로 부상했다. 이혼법정이 무조건 당사자를 이혼시키기보다는 중재를 모색해야 하는 것처럼 가정폭력법도 경고는 엄하게 하되 서로 가족들이 감정을 푸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가정이란 법으로만 보호할 수 없다. 그곳은 기본적으로 구성원간의 사랑과 존경이 자라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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