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었던 자리 새 신자들이 메워
우리 교회발전은 뭐라해도 분당(分堂)의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내가 어느 한 본당에 있었을 때 신자가 만 명이 넘어서 부득이 한 해에 두 군데로 본당을 분당했다. 새로 본당이 되는 성당에 약 2000명 정도씩 살림이 났으니까 모 본당은 많아야 약 7000명 정도 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신자들이 많이 오는 주일미사에도 허전한 분위기이더니 약 3주간이 지났을까, 성당 의자가 다시 차기 시작했다. 참 신기하였다. 그래서 한 번은 주교님이 오셔서 이 광셩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신자들은 자기 자리보고 오는가 보다고 하셨다.
분당이 교회발전 지름길
이런 예를 보아도 분당하는 것이 교회발전에 지름길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교구만 해도 분당을 많이 하기 위한 온갖 방법과 규정들을 만들어서 본당 신부들에게 지시를 내리고있다. 그러면 대두분의 본당 신부들은 힘들더라도 신자들과 함께 분당작업의 용단을 내려 시행하지만 특히 연세가 많은 신부님들은 신자들의 속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빼문에 주저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된다.
어떻든 분당을 하게되면 모(母)본당과 자(子)본당이라는 아름다운 관계가 이뤄지게 된다. 자 본당 신자들은 무엇이든지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 안간힘이다. 자 본당신자들은 기세가 등등한 집달리들이다. 분명히 자기들의 몫이 있기 때문이다. 책상이며 의자며 주방용구는 늘 주목하고 있어야 한다.
모자(母子) 본당의 진한 사랑
한번은 내가 어느 모(母) 본당에 있을 때의 일이다. 모 본당에는 도 미 솔이란 소리를 내는 종이 3개가 걸려 있어서 큰 축일엔 종 3개를 동시에 치곤 했는데 자 본당의 신부가 종 하나를 막무가내로 떼 가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내가 없을 때 알아서 떼 가든지 하라고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며칠도 안돼서 떼어갔다. 후에 알아보니 자 본당에 기껏 갖고 간 종은 치지도 않는다 해서 내가 떠난 후에 사정사정해서 거금 200만원을 주고 다시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름다운 모자의 관계 속에 얽힌 진한 사랑의 얘기다.
당시에 모 본당에는 겨울에 톱밥을 때는 난로로 성당에 난방을 하는데 자 본당은 온풍기를 설치한다. 대리석으로 성당 바닥을 깐다고 자 본당신자들은 모 본당신자들에게 자랑을 해댄다. 쩔쩔매고 있는데 호화스럽게 성당을 짓는다고 신자들이 샘이 나서 야단을 하곤 했다.
이런 일들은 모 본당과 자 본당 갖가지 모양으로 발전의 아픔을 겪는다. 자 본당은 관할 지역을 작게 떼어준다느니, 이런 협소한 곳에 성당 터를 잡았느니, 살림나는데 돈도 적게 준다고 야단이고, 모 본당은 너무 많이 준다고 야단이고, 모 본당 얘기를 들어보면 그 맘이 옳은 것 같고, 자 본당 사정을 들어보면 거기도 딱하고, 어떻게 해야될 지를 판가름 하기 곤란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갖가지 모양으로 겪는 아픔들
어떤 성당에서 살림은 냈지만 자 본당 건물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자 본당 신자들은 모 본당의 강당에서 따로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자연 모 본당에 와서 회합실이며 장소를 사용하는데 모 본당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며 음료수를 빼다 마신다고 해서 모 본당신부는 속이 상하면서도 기특해(?)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두 본당 간에는 인간적인 약점 속에서도 하느님의 자비의 손길을 본다. 분당을 하다보면 기쁨과 섭섭함이 늘 상존한다. 주고 또 주어도 준 것이 없는 어머니는 슬픈 채무자란 말이 있듯이 모 본당은 자 본당에 늘 채무자 신세요, 자 본당은 빚쟁이의 기세등등한 자세다. 교회발전이란 자 본당이 어서어서 커서 모 본당의 채무자 신세를 면하는 길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인간들의 약점을 통해서 교회를 발전시켜 주신다.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붓함」
우리 수원교구엔 올 년포에 6개의 새 본당이 생겼다. 새로 난 본당은 부족한 것은 많지만 식구가 적어서 한 집안 식구가 되어 어울려 산다. 어쩌다 주일미사에 빠지면 본당신부는 지난 주에 왜 안 나왔는지 따진다. 그래서 신자들은 빠질 수가 없다. 큰 본당에선 맛볼 수 없는 진한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본당신부는 이 집안엔 무슨 걱정이 잇는지 잘 안다. 모 본당에 있을 때엔 익명이거나 교회를 멀리하고 있었던 신자들이 신바람나게 봉사한다. 이렇게 자 본당 신자들은 작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오붓하고 진한 사랑의 맛을 느끼며 행복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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