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밀월여행을 즐겨왔던 노사정위원회가 탈퇴파문을 일으키면서 노사간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지하철 노조가 파업메 들어가고 대우조선의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다. 시중에서 5월 위기설이 유포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노조투쟁이 다시 한국사회에 만연하여 정치적 불안을 일으키고 이것은 다시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노사관계는 불행한 역사를 지녀왔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 노동조합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그들의 활동을 엄격히 탄압하여 노동자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던 상황은 노태우와 김영삼 대통령시대에 와서는 완전히 뒤바뀌어져 노(勞)가 힘을 얻고 사(使)는 맥을 못추는 판도가 되었다. 매년 임금은 100%이상 상승하여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강성노조에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노사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역사를 밟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노사가 원만하게 타협을 보고 서로 협조하기보다는 서로 반목하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광경을 자주 목격해 왔다.
IMF사태가 터지고 난 후 정부는 IMF극복에 노사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여 노사정위원회를 설치했고 한동안 이 위원회는 노사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듯 했다. 아마도 IMF의 시련이 너무 컸기 빼문에 노와 사가 될 수 있는 대로 자기의 목소리를 낮추고 서로 공조(共助)해야한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가 탈퇴하고 이어 사도 사임하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노사가 첨혜하게 대립하는 직장내 노조위원의 노조활동전임 문제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또 어느 쪽이 옳다고 구태여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사 스스로가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사문제는 부부관계 문제와 흡사하다. 부부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정법원이 할 일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여 이론을 결정하고 위자료 액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부부가 서로 다시 결합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여 가능하면 그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중재를 하는 것이 가정법원이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가정법원에는 다른 법원에 없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로 구성된 조정관이 있다.
이들 조정관은 두 부부간의 문제를 상담하고 이를 해결해 준다.
노사 문제의 현명한 해결
우리나라 속담에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운다」라는 경구가 있다. 이것은 하찮은 일을 해결하려 고집하다가 큰 일을 저지르는 우매한 행동을 경고하는 속담으로써 우리 노사관계자가 새겨들어야 할 구절이다. 노사문제에서 누가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패배한 쪽이 뒷날 복수전을 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 삼간을 태운 우(愚)를 수없이 범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렵다. 정부는 우리가 IMF 위기를 벗어났고 경기가 회복 중이라고 연일 홍보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아직도 170만 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헤매고 있고 1500억달러의 부채가 우리 등을 짓누르고 있다. 노사가 협조를 잘해도 그 많은 외채를 언제 다 갚을지 앞길이 캄캄하다.
따라서 지금은 노사정이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나라를 구한다는 초월적 목표아래 다시 한번 굳게 뭉쳐야 한다. 실직하여 끼니를 염려하고 자녀의 등록금을 꾸어야 하는 시민들의 눈에 지하철의 파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 그들은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은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노조투쟁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도 안된다. 철부지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표를 의식해서 노동자를 선동하거나 반대로 기업의 돈줄을 의식해서 기업을 감싸서도 안된다. 또 노조는 더 이상 노사문제를 길거리로 끌고 나오지 말아야 한다. 오죽 답답하면 거리로 뛰쳐나와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겠는가하는 식으로 그들의 투쟁방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명동성당을 가끔 들러보면 입구에서부터 빼곡이 들어찬 농성천막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광경을 볼 때마다 왜 이들은 성당을 농성장소로 이용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노동투쟁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정이 많겠지만 명동성당을 아끼는 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 명동성당은 역사적, 종교적, 그리소 건축예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국내외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방문객들도 안타까운 심정을 가질 것이다.
노사 관계의 세계적 권위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노사의 현명한 판단은 서로가 먼저 양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쪽이 그 다음 자연스럽게 양보한다. 우리 노사관계자들도 이러한 현명한 지혜를 갖추도록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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