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아무리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책’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신앙인이 손에 쥐는 책은 ‘신앙의 양식’이다. 아무리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신앙 책’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책 읽는 교회’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최근 교회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신자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있지만, 지속적인가에 대해서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책 읽기 권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본당 주임신부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앙서적 읽기가 습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신앙서적 읽기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문화가 되고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교회 곳곳에서 책 읽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독서운동 형태는 ‘신심서적 읽기’다. 가톨릭신문이 펼친 ‘신심서적 읽기’ 캠페인이 본당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는 오금동을 비롯 문정동·문정2동·시흥5동본당 등이 매월 도서를 선정해 신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특히 문정동본당은 독서운동 주제를 ‘책사랑·이웃사랑·하느님사랑’으로 정하고, 책을 통해 신앙 성숙은 물론 읽은 책을 이웃과 나누는 나눔 운동으로까지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시흥5동·문정2동본당 등은 추천 도서와 함께 독후감을 받고 간단한 시상을 하기도 한다.
성당 내에 도서실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목3동본당은 추천도서 선정 외에도 도서실을 운영, 신앙인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천편일률적 신앙서적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신앙서적과 일반서적을 반반씩 구비, 책 잡는 습관을 유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본당은 도서실 운영을 위해 봉사자를 뽑아 ‘도서회’를 구성해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또한 이 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해 간접선교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방배동본당도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은 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리교육이 끝나면 학생들은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간다. 역시 신앙서적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반도서도 다수 갖추고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대여한 이철재(카타리나)씨는 “성당에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며 “신앙서적 외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독서모임과 피정을 별도로 마련하는 본당도 있다. 동대문본당은 성인전을 선정해 함께 읽는 ‘성인전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한편, 영적독서 나눔 피정도 마련한다. 목동본당은 신심서적 읽기표를 만들어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매달 영적독서회를 통해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의 신앙성숙을 이끌어내고 있다.
본당은 지금 책 읽는 중이다.
▲ 서울 동대문본당 서경룡 주임신부와 구역별 대표자들이 성인전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본당은 독서모임 이외에도 영적독서 나눔 피정도 마련해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의 신앙성숙을 이끌어내고 있다.
▲ 서울 신사동본당 열린도서관을 찾은 지역민들이 도서대출을 위해 책을 고르고 있다. 성당 내 도서실을 운영하는 본당이 늘면서 신앙서적 읽기 문화 정착은 물론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간접선교 효과도 누리고 있다.
■ 영적독서, 왜 필요한가
삶 속에서 복음적 가치 찾는 즐거움
1. 성찰과 반성으로 이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1965)은 독자를 저자의 회심 경험을 간접 체험으로 이끌어 삶을 변화시켜준다.
2. 신앙의 기쁨과 행복을 얻게 한다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1997) 「아름다운 향기」(2009)와 같은 책에서 저자들의 신앙체험이 가져다주는 잔잔한 감동과 삶 안에 숨겨진 복음적 가치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3. 영적 성숙을 도와준다
「천국의 열쇠」(1941)에서 독자는 치셤 신부를 만나면서 그가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불쌍한 영혼들을 보듬어주고 자신을 희생하며 성실하게 양심에 따라 사랑하는 삶을 감당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그 신부처럼 고양시키고자 할 것이다.
특히 영적 독서를 위한 영성서적은 하느님과의 내면적 일치, 성화, 은총, 성덕, 기도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내부에서 일깨워 주고 자극시켜 불타게 해주기 때문에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
4. 교회 가르침을 습득한다
「성사란 무엇인가?」(1980)나 「미사 마음의 문을 열다」(2008)와 같은 서적은 기본적인 교리 지식과 교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알차게 전해준다.
5. 치유의 은총을 받는다
「용서하는 사랑 용서받는 사랑」(2005) 이나 「용서는 사람 사이에 물길을 튼다」(2009) 등은 용서의 방법을 조심스레 제시하거나, 미움과 증오에서 사랑과 용서의 삶으로 변화된 인물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6. 성경읽기는 신앙의 근본이다
라틴어 번역본 불가타를 만든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경은 신앙의 원천이다. 모든 신앙인은 성경을 영적 독서로 읽고 묵상하며 마음에 새겨야 한다. 중세기부터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 하여 ‘거룩한 독서’로 불리며 일반적인 영적 독서와는 달리 성경을 개인적으로 혹은 공동체로 읽는 방법이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