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부활대축일이 어떤 날이냐고 물었다. 들은 얘기는 있었던지 기본적인 대답을 하며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계란 실컷 먹어 좋은 날.” 필자도 어린 시절에 그랬던 기억이 나서 순간 웃음이 터졌다. 부활절이 교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혜로운 이 시간, 모든 신앙인들이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축하한다는 걸 느끼는 것만 해도 되었다 싶었다.
우린 지금 거룩한 부활을 살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써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삶을 믿는다. 이것이 가톨릭 교리의 핵심 인 ‘부활 신앙’이다.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은 단순히 내세 지향적이거나 현실 도피적인 성격을 지니기보다 현실의 삶을 더 충만하게 살도록 촉구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쾌락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한 가치에 더 마음을 두며 실천하게 하는 요소가 부활신앙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경한 상상이지만 만약 예수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복음을 전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요, 믿음도 헛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죽은 자들 가운데 다시 살아나시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증명하셨고, 모든 이들에게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안겨 주셨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 25-26)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자. 우리에게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 그리고 영원한 삶을 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속적인 잣대와 물질의 유혹에 굴복하여 흔들리는 믿음으로 사는 건 아닌지. 부끄럽지만 필자가 이 질문을 받는다면 후자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인간은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 믿음이 없다면 사는 게 너무나 괴롭고 힘들 것이다. 그만큼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 세상은 믿지 못하는 사회 풍토로 인해 큰 문제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노사?사회 모든 분야에서….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삶이 신뢰와 믿음 위에 세워질 때 바로 설 수 있어서다.
주님의 제자들은 그분께서 돌아가시자 문을 걸어 잠그고 두려움에 떨었다. 그랬던 그들이 담대하게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며 신앙을 전파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자들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신 주님을 보고 용기를 냈다. 믿음을 갖자 죽음의 핍박도 두려울 게 없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다시 사신 것처럼 나도 부활하리란’ 확신에 기뻐했다.
죽음과 부활에 대해 묵상해본다. 말로는 머리로는 부활신앙을 믿는다고 외치면서 마음으로 확신하지 못해 죽음의 두려움에 갇혀 있는 내 모습을 성찰하면서…. 필자처럼 믿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묵상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제안한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다.
세상의 그 어떤 칠흑 같은 적막도 빛으로 밝히며 환하게 살라는 부활절. 어쩌다 사방이 막힌 벽과 마주해도 언제든 문 두드리며 찾아오실 주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매순간 부활의 아침을 맞는다. 이번 부활절에는 주님의 부활을 감사하고 우리의 부활을 꿈꿔보자. 주님을 사랑하면 주님을 알게 되고 주님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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