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선교사 마태오 리치 신부의 선종 400주년(5월 11일)을 앞두고, 교회 일각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수회를 중심으로 심포지엄 등, 그의 삶과 영성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사실 그동안 마태오 리치는 그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교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마태오 리치만큼 한국교회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교사도 드물다. 마태오 리치가 없었다면 한국교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은 그의 저서 「천주실의」를 통해 신앙을 알았고, 신앙을 살았다. 한국교회 신앙의 씨를 뿌린 이들이 이벽, 권철신, 권일신, 정약종 등 신앙 선조라면, 그 밭과 씨앗을 제공한 사람이 바로 마태오 리치다.
게다가 마태오 리치의 사상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토착화와 방향성 정립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태오 리치는 중국 전통사상인 유학을 천주교 안에 수용했다. 서양 선교사임에도 이마두(利瑪竇)라는 중국식 이름을 사용하고 28년 동안 중국인으로 살면서 중국의 전통 문화를 적극 수용했다. 이러한 그의 ‘보유론적(補儒論的) 선교방식’은 유교 전통이 생생히 살아있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마태오 리치 신부는 더 나아가 복음정신을 선교 지역의 문화 속에 녹여내 그 안에서 복음의 빛을 재발견해 냈다. 이미 400년 전 가톨릭교회의 선교 모델을 새롭게 제시한 선구자였던 것이다.
이제 그의 선교 방향과 활동은 오늘날과 같은 다문화 다종교 시대에 더욱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 될 수 있다. 여전히 동서양 문명 또는 사상 간의 교류에 긴장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400년전 인물이 해낸 것을 오늘날 우리가 못해낼 이유는 없다. 이를 위해선 먼저 마태오 리치의 사상에 대해 면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태오 리치는 그동안 중국과 한국 보다는 유럽에서 더 많이 연구되어 왔다. 교황청도 이미 지난해 성 베드로 광장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매그노홀에서 마태오 리치 선종 400주년을 맞아‘역사의 정점에서, 마태오 리치-로마와 베이징 사이’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했다. 마태오 리치에 대한 기억을 교황청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우리의 마태오 리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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