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그의 저서『국가론』에서 사용한 비유 가운데 가장 유명한 비유이다. 이 비유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죄수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동굴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 있다. 이 그림자는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라 그들보다 뒤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이 이동하는 길이 있어 그들의 모습이 그림자가 되어 동굴의 벽에 비쳐지는 것을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 중 누군가가 사슬에서 풀려나 동굴 입구쪽으로 시선을 향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본 것은 그림자일 뿐 실물이 아니라는 주장에 당황할 것이다. 대다수는 익숙한 이전세계로 되돌아가지만 몇몇 죄수들은 동굴 입구로 나아가며 점차 빛에 익숙해지고 동굴 중간에서 사람들이 들고 있던 인형들과 횃불을 보게 된다. 이런 깨달음에 일부 죄인들은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못 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야가 회복되면서 비로소 자연에 비치는 모든 실물들을 보게 된다. 그림자로만 보던 그들은 비로소 사물을 직접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밤에는 달과 별을 보고 물에 비친 태양의 그림자를 거쳐 마지막으로 태양 그 자체를 바라보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은 진상을 알게 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마치 구조적으로 조직화된 미디어 환경에 함몰되어 살고 있는 우리 상황과 유사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텔레비전의 드라마, 뉴스, 인터넷 등에서 보여주는 미디어 현실과 실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심한 경우 ‘중독’이라는 병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는 이미 미디어 관련 문헌을 통해 여러 차례 미디어의 올바른 수용 방법과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미디어교육은 텔레비전의 등장과 함께 제기되었다. 미디어교육은 본질적으로 ‘영상 언어’가 보여주는 미디어현실을 똑바로 이해하는데 기본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미디어교육은 ‘영상교육’을 주로 다루었는데, 텔레비전의 영상 언어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미디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미디어교육의 대상을 ‘영상’언어를 사용하는 영상미디어에 국한시키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유형의 언어 교육 곧 ‘멀티미디어 교육’으로 그 개념이 바뀌었다.
미디어 학자들은 미디어 현실의 문제를 ‘사실성의 상실’로 설명한다. 여기서 ‘사실성’은 그 사실 자체로 담기는 것이 아닌 구성일 뿐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용자들의 대부분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서 가상세계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가상현실 속에서 사는 것이다. 특히 경험의 모방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청소년들을 실제 현실과 멀어지게 함으로써 현실을 잘못 이해하거나 현실 감각 자체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디어교육 대상 중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미디어교육이란 대중매체라고 할 수 있는 신문, 텔레비전, 비디오, 영화, 대중음악, 인터넷, 컴퓨터 게임, 핸드폰 등 일상적 문화와 사회화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수용자들의 비판적 이해와 창의적 생산 그리고 능동적인 참여를 지향하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미디어교육은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현대판 동굴에서 수용자들을 진실의 세계로 인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구사회는 이미 미디어교육을 학교교육에 도입하였고, 일부 국가는 모국어 교육의 일부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 가톨릭의 경우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디어 관련 프로젝트를 만들어 미디어교육에 관한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디어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행이 되려면 시간일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에 한국 가톨릭이 생명환경 교육과 더불어 미디어 환경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면, 우리 이웃들이 왜곡된 정보가 넘치는 세상 안에서 참 진리를 찾아가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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