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독서와 함께 하는 위종덕씨. 위 씨는 인생의 위기 때마다 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고, 자녀들 또한 그렇게 성장하길 바라며 ‘독서육아’에 힘쓰고 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독서는 사람과 환경을 변화시킨다.
제주도에서도 외곽지역에 속하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주민들은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많은 사람들의 땀과 꿈으로 2007년 재개관한 고산초등학교 ‘수길도서관’ 덕분이다. 학교 이외에는 배울 거리가 없는 시골마을에서 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희망이자 등대가 됐다.
수길도서관은 1979년 세워졌다. 고산초등학교 10회 졸업생이었던 김수길씨가 일본 메이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 아버지가 아들의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공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은 버려진 공간이 됐다. 예산이 부족해 새 책을 구입할 수도 없었고, 공간도 잘 관리되지 않아 창고가 되고 말았다.
천덕꾸러기였던 도서관이 재개관 이후 자율적으로 개방돼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위대한 아빠’ 위종덕(요한·40)씨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목수인 위 씨는 재개관을 10일 앞두고 도서관 리모델링을 위해 자진해서 나섰다.
어른 키보다 높은 서가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고 바퀴를 달아 이동시킬 수 있게 했다. 또 학생들이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마루를 놓았다. 그는 단지 도서관이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책 읽기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와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어서인지 도서관은 지금까지도 인기 만점 공간이다. 책 읽어주는 학부모 프로그램에 많은 부모들이 참여하고, 독서 통장제를 도입해 체계적인 독서관리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소식을 들은 교육청의 지원으로 도서관을 증축하기도 했다.
위 씨가 10일 만에 수길도서관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신도 ‘독서’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기 때문이다.
삶의 고민에 빠져 있을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그것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와 홍기의 「눈 먼 벌치기」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진실한 삶이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가 됐다고 했다. 몇 해 전 가족에게 찾아 온 위기도 ‘책’을 통해 극복할 정도로 위 씨에게 책은 좋은 인생의 나침반이었다.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저는 어떻게든 아내를 도와주고 싶어서 공통 관심사를 찾았고, 그게 ‘독서육아’였죠. 그러면서 최희수씨의 책 「아빠와 함께 책을」을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책을 많이 읽어줬고, 아내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게 됐어요.”
책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위 씨는 첫 아이가 갓난아기였을부터 책을 읽어 줬다. 덕분에 첫째 대한이는 두 돌이 되자마자 한글을 깨우쳤고 다섯 살까지 1000여 권을 독파했을 정도다. 여덟 살이 된 지금도 책은 대한이의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 여섯 살 난 딸 윤서도 책 읽기의 달인이다. 최근에는 아빠를 무릎에 눕혀놓고 책을 읽어준다며 재롱을 부린다고 한다. 많이 읽어주고 갖고 놀게 하면 익숙해져서 책이랑 친해질 거라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이 자체를 기적이라고 부른다.
“저는 목수에 지나지 않지만 책은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중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는 데 책은 그 매개체가 아닐까 싶어요.”
위종덕 씨 추천도서
■ 천국의 열쇠(A.J 크로닌/이승우 옮김/바오로딸/652쪽/1만2000원)
‘섬김의 삶’ 사는 사제 이야기
가톨릭교회의 ‘고전 중 고전’으로 꼽히는 ‘천국의 열쇠’는 주인공 프랜치스 치점 신부가 풀어놓는 삶과 신앙을 통해서 이상적인 인간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불우한 청소년기와 실연의 아픔을 딛고 사제품을 받은 치점 신부는 이상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목 방식으로 공동체에 마찰을 불러오면서 중국 두메 선교사로 파견된다.
이후 35년간 중국 벽지에서 갖은 오해와 편견을 받으면서도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치점 신부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가톨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 시대에 필요한 참인간과 믿음, 종교의 모습을 보여준다.
■ 눈 먼 벌치기(홍기/김옥순 그림/바오로딸/216쪽/7500원)
진정한 행복이란?
어른들을 위한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 동화한 작품은 ‘눈 먼 벌치기’ 박광호씨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행복의 의미를 알려준다.
어릴 적 앓은 눈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산 속에서 세 아이를 돌보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의 직업은 벌치기.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버지의 죽음, 영구실명에 대한 좌절, 셋째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 아내 등 계속되는 불행 속에서도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며 벌치기는 아내가 남겨준 세 아이와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마음먹고 다시 예전처럼 벌을 치며 열심히 살아간다.
이 작품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기쁘게 최선을 다하는 벌치기의 삶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한 풍족한 세상에서 좋은 것만 바라며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