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다. 알몸으로 오셔서 빈 몸의 무소유로 가셨다. 스님의 ‘무소유’ 책을 꺼내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글귀가 선명하다.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 무소유가 도대체 뭐기에.
스님 방에는 생물이라고는 스님과 누군가가 옮겨다 둔 단지 난초 두 분이었다나. 홀몸인 스님한테는 살아있는 그 애들이라도 그래도 애지중지 가꾸어야겠다는 맘으로 정말 정성을 다하셨던 모양이다. 그 애들을 위해 서적도 구해 보셨고 비료도 구해 먹여 주었다.
그러나 그 난초 덕에 스님의 길이 제 갈 길을 벗어난 것을 깨달으셨다. 여름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을 찾아야 했고 겨울이면 실내 온도를 내려야 했다. 산철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하셨고 방을 비울 때도 그놈들 땜에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열어 두어야 했고 내 놓은 난초 때문에 일정이 뒤바뀐 적도 한두 번이 아니셨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의 방문에 선뜻 그것을 안겨 버리셨다. 스님은 그 기분을 이렇게 적고 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났다. 3년 가까이 함께한 것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는 홀가분한 맘이 앞선다.’
법정 스님은 난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를 일부나마 터득하셨단다. 임은 버림에 소유의 부담감을 털어버리셨고,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느끼셨다. 임은 우리가 갖는 모든 갈등이 소유에서 나온단다. 그 욕망에서 반목과 분열, 오해와 갈등이 생겨난다고 가르치신다.
우리는 스님께서 남겨주신 무소유의 가르침을 소유해야 한다. 한 점 재로 입적하신 스님은 그 재마저 소유하지 못하도록 당부하셨다. 이 모든 것은 버림에서 출발한다. 이 버림이 겸손으로 나타나고 사랑으로 전파된다. 법정 스님께서 남겨 주신 무소유를 우리는 소유하자. 이것이 무소유의 소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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