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학생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왔었다.
공업용 체인을 연결해서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들이었는데 그 중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서있는 인물상이 마음에 와 닿아 제목을 살펴보니 <호모텔레포니쿠스>였다.
‘호모텔레포니쿠스’. 새로운 인간유형을 지칭하는 학명 같기도 한 이 단어는 휴대전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이다.
사실 이제 휴대전화는 현대인에게 있어 한 순간도 몸에서 떼어놓지 못할 분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실수로 휴대전화 없이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는 거의 없는데다가 혹시 약속시간이 변경되거나 예기치 못한 중요한 연락이 오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심지어는 길을 걸으면서도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전화기에 대고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각자 전화기에 대고 이야기에 열중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인 것에 더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작 타인과의 소통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게 된다.
휴대전화를 움켜쥔 호모텔레포니쿠스는 다름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보다 인간미 넘치는 삶을 위해서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통한 만남에서 벗어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