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청년 팜티 투엔은 스물 여섯이 되던 해 약속의 땅 ‘코리아’로 꿈을 찾아 왔다.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에게 그 꿈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약속의 땅은 척박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작업장에서 나무를 깎으며 온갖 분진을 호흡했다. 수도도 나오지 않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먹고 자면서도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가진 것은 노동력 뿐이었던 이 이방인은 5년이라는 합법고용 기간 동안 최대한의 노동을 팔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내 놓았다. 아침 7시 30분에서 밤 10시까지, 하루 15시간씩 이어지는 노동강도. 불균형한 식단과 누적되는 피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렸다.
그렇게 1년 반 되던 해, 모처럼 일찍 퇴근해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던 팜티 투엔은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베트남 고향마을은 울음 바다가 됐다. 꿈을 찾아 떠났던 아들이 주검이 돼 돌아왔다며 도대체 ‘코리아’는 어떤 나라냐고 물었다.
‘코리아’는 이주민들에게 어떤 나라인가. 돈을 많이 벌게 해 줄 나라,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 행복한 가정의 길을 열어줄 나라, 풍족한 삶과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의 땅인가. 아니면, 노동착취와 임금 체불, 비인간적 학대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나라, 가정폭력과 온갖 차별로 낯선 땅에 찾아온 ‘아내’, ‘며느리’의 고개를 숙이게 하는 나라인가. 반문해본다.
96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많은 이들이 이주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이들을 우리 품안으로 껴안으려는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다. 아직도 이 땅 어두운 곳 어딘가, 가장 미천한 곳에 목숨을 담보로 ‘노동’을 제공하는 이주노동자가 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변두리 어딘가 친정 엄마가 보고 싶어 울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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