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25일)이다. 교회는 이날 부르심에 응답해 삶을 주님께 봉헌하려는 젊은이들을 기억하며 격려한다. 또 신앙인들은 이날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의 증진을 위해 기도하고, 또 실질적인 노력을 다짐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때 보다도 성소주일의 의미가 긴박하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성소자의 점진적 감소라는 해묵은 논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여기서 ‘질’이라는 것은, 세속적 능력이나 지식, 출중한 판단력만이 아닌 자비, 배려, 희생, 겸손, 사랑을 포괄하는 성덕을 의미한다.
성소주일을 맞아 기존 성직자 수도자들이 진정한 성소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묵상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성직자 수도자의 성덕이 뒤따르는 젊은이들의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소의 풍요로움을 누려왔다. 하지만 성소에 대한 과거의 풍요로움을 영원히 이대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의식변화, 종교에 대한 관심 감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 권위의 붕괴, 성(性)의 개방, 출산율 저하 등 외국 교회 성소 급감 원인의 징후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지키지 않는 가치는 잃어버린다는 것은 진리다. 우선 기존 성직자 수도자들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진부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 각오의 방향과 중심은 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그 길이요 진리요 생명께서 말씀하신다.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뵈올 것이며, 하느님을 닮게 되리라는 약속을 받았다(1코린 13,12 참조). 깨끗한 마음은 하느님을 뵙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깨끗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지금부터 벌써 하느님께서 보시는대로 보고, 타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우리의 육체와 이웃의 육체를 성령의 성전으로, 하느님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소주일이라는 말 앞에 수식어가 여럿 더 붙어야 한다. ‘맑고 향기롭고, 깨끗한’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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