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최근 우려스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함미가 인양되고, 희생 장병들의 유해가 수습되면서 국민 감정이 격양되는 분위기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천안함 침몰의 원인도 거의 ‘북한의 소행’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복’‘응징’‘합당한 대응’이라는 말이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일정한 규모의 보복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우익 인사는 전쟁을 무서워하면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말도 했다.
물론 교회는 국가가 정당방위권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는 무력을 통한 정당당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들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특히 무력을 통한 정당방위의 조건들로 다음 다섯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며 확실해야 한다.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들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성공의 조건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제거되어야 할 악보다 더 큰 악과 폐해가 무력 사용으로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판단에서 현대 무기의 파괴력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가톨릭교리서 2309항 참조).
이는 간단히 요약하면 ▲국권이 확실하고 심각하게 오랫동안 침해 받을 때 ▲다른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고 난 뒤에 ▲더 심한 무질서를 유발할 우려가 전혀 없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더 나은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 등이 된다.
현재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교회가 제시한 5가지 전제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순서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교회가 국가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위의 전제조건들을 붙인 이유다. 본질적으로 어떤 종류의 폭력이라도 불의에 속한다. 십계명의 다섯째 계명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교회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오랜 전쟁의 굴레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도록 모든 이가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사목헌장 81항 참조). 교회는 “모든 시민과 모든 위정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진력할 의무가 있다”(가톨릭교리서 2308)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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