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우리 민족에게는 IMF사태가 꼭 필요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신앙인으로서 한해를 시작하면서 'IMF 사태야말로 갑작스런 민족통일에 대비하라는 하느님의 배려는 아니었을까'를 묵상해보는 것도 의미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6.25전쟁 이래 가장 큰 재난을 겪었던 지난 해는 참으로 고통과 좌절과 회한의 목소리가 높았던 한 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난이 몰아치기 직전까지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진입했다며 너나없이 흥청망청 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몰아닥친 것은 반쪽만의 번영과 평화에 자만했던 우리 민족에게 가해진 절대자의 채찍질이었다고 다시금 생각케 된다.
그것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의해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극심한 배금사상에 젖어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나눔에 소홀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굶주린 북녘형제들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았던 무관심에 대한 일대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그런데 해가 바뀌기 직전 서울에서는 이같은 민족염원을 성취하기 위한 꾸준한 자기 준비의 자세를 다진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200번째로 봉헌된 민족화해 기원미사였다.
광복 50주년의 해였던 1995년 3월1일 공식 출범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그동안 끊임없이 봉헌해온 이 민족화해 기원미사로 신자들의 마음속에 화해와 일치를 향한 간절한 기도를 심어주어 온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 민화위는 그동안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동포들에게 63억여원에 달하는 식품 등을 전달하는 성과와 함께 위원장 최창무주교의 북한방문을 비롯 민족화해학교 개설, 남북 동시 미사봉헌, 북한신자들과의 공동세미나 개최, 남북 공동기도문 봉헌 등 분단의 벽을 허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우리가 200회를 맞이한 민족화해 기원미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구 소련의 붕괴도 전세계 신앙인들의 끊임없는 기도의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극도의 이질적인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남북한이 갑작스럽게 통일됐을 때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한국의 모든 교회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봉헌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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