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스산한 시절이다. 불황과 부도, 4대강 문제, 검찰과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기사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더욱이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소중한 생명이 조국을 지키다 순국했으며, 아이티와 중국, 칠레 지진 등 불현듯 찾아오는 사고와 재난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노하게 하고 슬프게 한다.
팍팍하고 우울한 날들이 고공행진중이다. 견뎌야 할 날들이 어쩌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마음에 태엽이 있다면 만사형통 즐거웠던 나날만 되돌리며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생각을 할 정도로 서글프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이 말하지 않았던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 거라고 하지 않는가.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다고.
많지도 않은 40대에 느끼는 삶은 ‘만만치 않다’이다. 삶은 공을 벽에 던졌을 때처럼 그대로 내게 되돌아오는 것 같다. 대부분의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됐다. 내 선택이 잘못되어서, 내가 부족하여,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 노력에도, 내 진실함에도, 내 정의감에도 불구하고 삶은 나를 속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생은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현재에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가 않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린 냉혹한 현실에 치여가며 조금씩 지쳐간다. 과거는 좋은 기억만 추억할 수 있고, 미래는 장밋빛 미래만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선택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시시각각 다가온다. 거기에 맞춰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이 순간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건 과거엔 장밋빛으로 설렛던 미래였고, 미래엔 아련하게 추억될 과거이기 때문이다. 비록 삶이 우리를 속이고 슬프게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다. 새로운 꿈을 선사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힘든 시절 푸쉬킨의 이 시를 읽으며 힘을 얻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다. 시인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고 견디라고 말한다. 우울한 날들이 소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인의 말대로 지나가는 순간순간에 얽매이지 않고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삶의 소중함을 체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5월은 성모성월이다. 푸르른 5월을 시작하며 전구자(轉求者)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을 선물해주시길 기도한다.
바다와 같이 넓고 하늘처럼 드높은 은총으로 상처받고 지친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고, 당신의 아드님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간절한 백성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도록 중재자가 되어주시길 간구한다.
그리하여 슬픔의 골짜기에서 울부짖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주님께서 우리의 힘이요 방패임을 깨닫게 하시고 기쁨과 희망 안겨주시길 청한다.
“사랑하올 어머니, 나약하고 흔들리는 저희에게 힘과 믿음을 주시어 당신을 본받아 항상 주님의 뜻만을 찾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게 하소서. 고통받는 이에게 따뜻한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어머니, 어떤 절망과 실의에도 방황하지 않고 슬픈 일에도 기쁨으로 주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