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바닥이 차가운 어느해 겨울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 길바닥에 노숙자 한 사람이 얼굴 쪽을 점퍼로 가리고 누워있는데 신발은 벗어놓고 맨발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었다.
얼마나 춥고 발이 시려울까. 얼마쯤 가서 가게에 들러 양말 세켤레를 사서 다시 돌아와 그 사람의 머리맡에 놓으며 “양말 놓고 가니 신으세요” 하니 얼굴을 가렸던 점퍼를 살짝 벗기며 “돈을 주세요” 했다.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하고 놀라움에 아무 소리 않고 돌아오면서 내 마음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꽉 차오른다.
그래 지금, 저 사람은 무엇이 제일 필요할까. 김이 무럭무럭나는 큼직한 뚝배기에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이 저 사람의 허기지고 차가운 뱃속을 녹여주는 보약이 아니었을까. 내 눈에 맞춘 잣대는 그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0년 3월 4일. 남천본당 흰돌대학 신입생 입학식날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것처럼 신이 나서 신부님의 강론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대형거울 앞에서 나를 보고 ‘참 잘생겼구나, 정말 멋있어’하며 앞면에 서있는 나를 보고 만족해하는 멍청한 녀석은 뒷면에 있는 까만 자신을 보지 못한다.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저 넓은 세상을 보면 사방팔방으로 틔어있는 구석진 곳마다 얼마나 많은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가. 배고픔?고통과 슬픔, 병마와 싸우는 저 비탄의 소리를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저사람에게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우리가 무한으로 나눌 수 있는 하느님의 말씀 속에서 사랑을 다 주어라 하신다. 권력?재산 어느 한순간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우리는 주먹을 편다. 다 놓고 떠난다.
오늘도 부족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께 기도를 청해본다. 주님, 저에게 촛불같은 진실한 신앙인이 되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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