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도 크게 다룬 정부의 이번 3·1절 특별사면은 장기수를 대폭 사면했다는 점과 더불어 비리사범들을 제외했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특히 정부가 40년 7개월 수감생활로 세계 최장기수가 된 우용각씨를 비롯 39~26년씩 옥살이를 계속해온 초장기수(비전향장기수) 17명에 대해 특별사면과 함께 「조건부 북송」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져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교회로서도 양심수 출신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와 면모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켜준 조처로 평가받는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와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의 잇따른 탄원서에 대한 응답으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별히 반길 일은 「동족살해」혐의로 한때 이국 땅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뻔한 파키스탄인 무기수 2명이 풀려난 것이다. 본보에도 여러번 보도됐던 모하마드 아자즈(38)와 아미르 자밀(31)씨의 경우가 그것으로 자체 조사로 주점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주교 인권위원회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김수환 추기경의 구명운동이 어우러져 맺어진 결실의 대표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또 이번 특별사면에서 비리사범을 제외시킨 것이야말로 눈에 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선거사범이나 비리사범들을 끼워넣음으로써 「사면권 남용」시비를 불러 왔던 종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조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 준법서약서 없이 비전향장기수들이 풀려난 것도 그 첫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반기고 있다.
그러나 준법서약서와 관련된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아직도 적지 않은 양심수들이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사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석방이 결정된 장기수들에게 북한으로의 송환 등 특별한 조처를 검토중」이라는 정부 발표는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장시구들의 북송여부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이인모 노인을 돌려보낸 뒤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아무튼 장기수 송환이 성사돼 갈라진 남북의 한 겨레가 하나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세기 마지막 해를 시작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십사 간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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