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만 되면 걱정 거리가 있다. 공소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돌아올 때 마을 근처에 이르면 도로가 차로 가득히 메워져 있기 때문이다. 10분이면 올 길이 40분씩 걸리고 그리고 나면 본당 교중미사에 허겁지겁 들어가야 한다. 그럴때 마다 이용하던 샛길도 이젠 여의치가 않다.
이 시골 마을에 웬 차량 행렬! 하고 반문하겠지만 원인은 바로 새로이 생긴 온천들 때문이다. 이쯤돼서 온천에 가보면 때를 벗기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들어갈 때 꽤제제 하던 사람들이 나올 때는 반짝거리며 다른 사람이 돼서 나온다. 오후가 되면 이젠 반대 차선이 난리다. 본당 신자중 저녁미사에 늦에 오는 신자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행렬의 피해자들이다.
그러나 본당의 이런 피해자들보다 더 걱정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줄지어 서있는 차량들을 조금만 관심있게 바라모면 묵주가 걸려 있는 차들을 발견한다. 표시를 안한 차량까지 치면 월씬 많은 신자들이 이 행렬에 끼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까지 이리 밀리면 빨라도 9시는 넘어야 도착을 할텐데…. 보이는 몸의 때는 닦고 주일의 의무를 소홀히 했으니 마음에는 더 많은 때가 끼어 돌아가는 그들이 웬지 안스럽다. 옛어른이 「겉은 희고 속 검은이는 너뿐인가 하노라」며 읊었던 시조가 기억나, 난 이들에게 「백로족」이란 별명을 지어 부른다.
이런 오늘 복음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더욱 새롭게 들린다. 마시고 나면 또 다시 목마른 물을 찾기 보다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시는 주님게 의미를 두고 그분을 찾아 나서는게 더 복된 일이 아닐까? 우리 마을을 찾아 오는 교우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부디 몸만을 닦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이 하는 그런 마음으로 찾아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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