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한국순교자천주교회(주임 홍창익 신부)는 지난 3월 1일 본당 설립 기념일을 맞아 글짓기대회를 열었다. 밀라노 한인본당은 “가톨릭신문 구독자로서 좋은 소식과 신앙성숙을 위한 내용들에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입상작들을 보내왔다.
밀라노에 와서
나는 2008년 8월 2일에 이태리에 왔다.
우리 동네에 한국사람이 한명도 살지 않아 외로웠다.
한국에서는 옆동에 사는 사촌언니들과 매일 만나고 놀았는데 아무도 없는 이곳이 너무나 외로웠다.
엄마가 밀라노에 한인 성당이 있다고 하셨다.
성당에 가면 한국 친구들과 한국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해서 성당에 가고 싶었다.
성당에 가보니 방학이라 50명의 사람들이 미사를 보고 있었다.
기대했던 여자 친구들은 없어 무척 섭섭했다.
방학이 끝나자 수빈언니, 승하언니, 희수언니, 지하언니, 그리고 한나. 언니들과 친구들을 만나니 너무나 기뻤다.
매주 일요일이면 주일학교가 기다려졌다.
주일학교에서 성경공부,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운동장에서 놀이가 재미있었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에 예쁜 한복을 입고 신부님께 세배를 해서 한국과자를 받은 것이 너무나 좋았다.
아줌마들이 해오신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시면 친구들과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떡국, 잡채, 닭튀김, 떡, 쌀강정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았다.
꼭 한국에서 친척들을 만난 느낌이었다.
이제는 영국학교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주일학교 친구들도 있고 나보다 어린 동생들도 많아져 외롭지 않다.
이렇게 외롭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은 성당에 계신 하느님 덕분이다.
하느님 사랑해요! 주일학교 선생님 고맙습니다! 신부님도 고맙습니다!
<김나현 엘리사>
고백
당신을 알게 된 뒤,
당신을 위한다며 애씁니다.
당신을 느낌다며 제법 먼 곳도 찾아봅니다.
당신에 대한 믿음도 곧잘 내세우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알게 된 뒤,
당신의 사람들은 알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당신이 만드신 사람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오늘 아침 거리에서,
이를 내보이며 웃음으로 청하던 걸인이 건네준 동전을 슬쩍 넣고는
무표정 변하는 얼굴을 봅니다.
아!
당신은 그의 얼굴로 왔군요.
제 마음의 지갑이 아니라
겨우 몇 푼어치 체면만큼을.
제가 그렇게
당신을 위하려 했군요.
제가 그렇게
당신의 사람들을 위한다 했군요.
이제 저의 죄를 고백합니다.
당신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당신의 사람들이 볼 때 만
웃었다는 걸.
<조현율 프란치스코>
기도
마음모아 기도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 이름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어 더 고프고
살가운 정(情) 멀어지면 어쩌나 하여
밤새워 퍼고 또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샘(泉)물과도 같은
맺힌 것 있다 한들
전화 한 통이면 봄 눈 녹듯
시린 등 다독여 주고 싶은 사랑의 손길이다.
때때로
사람 사는 것 오르막 길 같아서
가쁜 숨 몰아 쉬지만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에 젖고
서로 할퀸 생채기 있다 해도
급한 일 생기면 제일 먼저 찾는 사람들
젖은 눈시울 닦아주는 가족 있어
질기게 엮인 이승 인연 다 한다 해도
후회 없이 살았노라고
지나는 바람 일러주고 돌아간다.
<김숙영 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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