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하나 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하고 묻자 동료가 답한다.
‘마트 가면 카트 있죠? 그거 쓸 때 꼭 필요하죠. 그 때 말고는 딱히.’
사실 그렇다. 인심 좋은 식당에서 커피 한 잔 뽑을 때 말고는 동전 한 닢의 쓰임을 생각해 내기 쉽지 않다. 헌데 이 100원이 모이고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7년 대전교구가 운영하는 천안의 한 무료급식소를 찾은 일이 있다. 오룡경기장 안 빈 사무실을 개조한 무료급식소는 하루 100여 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있었다. 한때 실수로 방황하던 노숙자들도 이곳을 찾아 점심도 먹고 일손도 도우며 새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곳도 풀지 못할 고민은 있었다. 경기장이 철거되면 딱히 이사 갈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것. 지자체 도움 없이 교구 지원과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새 급식소를 위한 땅을 구하기도 건물을 짓기도 어려웠다.
일 년 후 무료 급식소를 다시 찾았다. 급식소가 새 둥지를 틀었다. 식당도 전보다 넓어졌고 음식 만드는데 필요한 조리 기구나 식자재도 풍족해보였다. 새 무료급식소가 들어서는 데 든 돈은 3억여 원. 독지가가 거액을 기증하지도, 로또에 당첨된 한 노숙자가 옛 삶을 참회하며 봉헌한 것도 아니었다.
대전교구 신자들이 한 끼에 100원씩 모은 정성이 3억원이라는, 아니 돈의 액수보다도 더욱 값진 무료급식소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2008년부터 ‘한 끼 100원 나눔운동’을 펼쳐 온 대전교구가 ‘한 끼 100원 나눔 운동본부’를 설립한다. 지난 2년 4개월 동안 운동을 통해 모인 금액은 14억여 원. 본부는 천안 무료급식소에 지원한 3억원을 제하고도 10억원 가까이 남은 기금을 소외받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100원의 힘은 미약하지만 모이면 기적을 만든다. 한 사람의 나눔은 부족한 듯 보여도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의 식탁에서는 오늘도 단돈 100원의 기적이, 사랑 나눔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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