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명동성당에서 4대강 관련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23년 만이다. 전국 각 교구에서 300여 명의 사제들이 모였고, 신자들도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제와 수도자 5005인 명의의 선언문도 발표됐다.
4대강과 관련해 최근 교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23년 만의 일이다. 일부에서는 교회가 이해관계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본지는 4대강 문제는 ‘신념’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소통의 문제이며, 동시에 정의의 문제다. 소통과 정의의 부재는 눈감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물론 교회 내부부터 이러한 소통과 정의가 구현되고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우리도 잘못하니까 다른 잘못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에페 4,24)이다. 새 사람은 진리를 말해야 한다. 이웃의 도덕적 결점과 잘못을 충분한 근거 없이 은연중에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경솔한 판단의 죄’를 짓는 것이다(가톨릭교리서 2477항). 물론 죄에는 ‘비방의 죄’도 있다. 하지만 비방의 죄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이점에서 4대강 문제는 잘못을 덮어 버리는 경솔한 판단의 죄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 주교단은 이미 4대강 개발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개발 우선이 아닌 생명 우선, 소통 우선, 정의 우선을 요청한 것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창조된 세상 모든 피조물은 고유의 안전성과 진리와 선, 또 고유의 법칙과 질서를 갖추고 있다(사목헌장 206항). 교회는 이 때문에 인간은 피조물 각각의 고유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창조주를 무시하는 일이나, 인간과 인간의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창조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가톨릭교리서 339항).
10일, 사제와 수도자 5005인은 “한 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공동의 이익과 선을 위한 가치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명’의 가치”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귀 막음’이 아닌 ‘소통’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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