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넘도록 봄을 기다려왔는데 어느덧 여름이 찾아온 듯하다.
오늘은 4학년 강의가 있는 날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멀쩡했던 학생들이 ‘4학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유 모를 방황을 시작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4학년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긴 삶의 여정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것 같은데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소위 ‘방황하는 청년’이 되어버린 이들을 보며 처음에는 정해진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생의 임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니 필자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고,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자신만의 고민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히 책을 덮고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그들과 같이 돌발적인 행동을 감행한 것이다. 학생들은 신이 나서 제각각 간식과 돗자리 등을 챙겨 환한 표정으로 학교를 나섰다. 자연 속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앞으로의 작업계획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말없이 산책을 하거나 그늘진 곳에 눈을 감고 누워있기도 하면서 저마다 자유로운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기 작업에 대한 작가노트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예상외로 너무도 진지하게 글쓰기에 몰두하고들 있다. 필자 역시 이들 가운데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 삼매경에 빠진 방황 청년들을 곁눈질로 훔쳐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솔직히 그들의 방황이 너무 귀엽고 부럽기까지 하다. 고뇌하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꿈 많은 20대이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인지 오늘은 그들의 방황을 흉내 내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 삶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