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23일)이다. 성령께서 오셨음을 기억하는 주일이다. 성령 강림 대축일이 이 시대에 특별한 의미로 와 닿는 것은 성령 당신의 능력 때문이다. 성령을 통해 사도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됐다.
그 변화가 지금 여기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미 오신’성령의 구체적 임하심이 절실하다.
우선 ‘나’에게 성령의 임하심을 청해야 한다. 최근 한국사회는 계층과 세대, 이념으로 갈라져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귀와 눈을 막고 오직 내 목소리만 외치고 있다. 듣지 않으려 하고, 보지 않으려하다 보니 성령께서 임하실 자리가 없다. “임하소서 성령이여”라는 외침이 절실한 이유다.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성전이다(가톨릭교리서 1197). 따라서 도유받은 그리스도인은 육체적 물질적 욕망과 대립해야 한다. 사회가 욕심을 부리고, 이권을 챙기고, 불의를 자행한다고 해서 신앙인들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합리화로 따라한다면 성령께서 오실 곳이 없다.
성령의 열매는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그 무엇이 아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인내, 평화,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갈라 5,22-23) 등이다. 견진성사 예식에서 사제는 이렇게 기도한다. “지혜와 통찰의 영, 의견과 용기의 영, 지식과 공경의 영, 주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의 영을 보내 주소서.” 신앙인이라면 과연 자신의 삶이 사회에 성령의 열매를 드러내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열매를 성취해 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나’를 넘어 이 ‘사회’에 성령의 임하심을 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성령과 일치하여 함께 기도해야 한다. 구원의 길은 나 혼자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가야 한다.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사랑의 새 계명을 그 법으로 지니고 있다. 이는 성령의 새 법이다(로마 8,2갈라 5,25 참조).
이미 하느님의 법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사회에 사랑의 법을 심어야 한다. 하느님 백성은 지상의 소금이 되고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사명을 지닌다. 그래서 이 하느님 백성은 온 인류를 위하여 일치와 희망과 구원의 가장 튼튼한 싹이 되어야 한다(교회 9항).
신앙인들이 해야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하느님께서 친히 이 땅에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를 세말에 또한 당신 친히 완성하실 때까지 끝까지 넓혀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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