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하자.
불교에선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 번뇌를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탐(貪) 진(瞋) 치(痴)가 그것이다. 곧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다.
탐욕을 멈추자. 탐욕은 맑음을 잃게 한다. 지하철 4호선을 타면, 경마장역 이후에는 의자가 텅텅 남아돈다. 경마장역에서 모두 내리기 때문이다. 로또, 경정, 경마, 경륜…. 그야말로 도박 공화국이다. ‘재미’는 거짓이다. 뿌리는 탐욕이다. 도박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탐욕에 중독된 것이다. 도박 혹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다 아내와 자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자. 이제 그만하자.
밤마다 길거리에는 향락이 넘친다.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할 검사들도 향응을 접대 받는 세상이다. 성적 쾌락의 뿌리는 몸의 탐욕이다. 이젠 그만하자. 그리스도께서는 나를 두고 “이것은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다.
돈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집착도 끊자. ‘나만이 할 수 있어’‘너는 능력이 없어’라고 이웃을 몰아붙이지 말자. 모두 탐욕이다. 이제 그만하자. 그리스도께서 직접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라고 했다. 탐욕을 부리는 자는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한다(1코린 6,10).
분노를 멈추자. 분노는 고요함을 잃게 한다. 요즘 우리는 사과 껍질을 깎다가 칼에 손이 살짝 베이는 그런 상처에도 쉽게 분노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에도 어김없이 깊은 상처를 내야만 만족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주 작은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한다. 이제 그만하자. 폐부를 찌르는 깊은 상처를 안고서도 고요함을 잃지 않는 신앙인들이 주위에 많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0-32)
어리석음을 멈추자. 어리석음은 밝음을 잃게 한다. 편견은 ‘어설픈 앎’에서 출발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조금 알 때, 그 작은 앎을 감추기 위해 자칫 완고해지기 쉽고, 그 결과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자위본능이 발달한다. 자위본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자위본능이 잘못하면 유연성을 잃고 완고함에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매사에 과민반응하기 쉽고, 그 결과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제 그만하자. 어리석음은 악이다(마르 7,22).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밝음을 위해 정진하자.
그 첫걸음은 겸손과 감사다.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오늘 아침 해를 볼 수 있음을 감사하자. 주일에 편안한 마음으로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엄청난 은총임을 깨닫자. 예수회 앤소니 드 멜로 신부는 “아무도 감사하게 살아가면서 동시에 불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불교에는 수행하는 자가 닦아야 할 세 가지 근본수행인 삼학(三學)이라는 것이 있다. 계(戒) 정(定) 혜(慧)가 그것이다. 계는 악을 저지르지 않고 선을 닦는 계율(戒律)이고, 정은 심신을 고요히 하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는 선정(禪定), 혜는 번뇌를 없애서 진리를 얻는 지혜(智慧)다.
이는 가톨릭 신앙인들에게도 유효하다. 행선피악(行善避惡)으로 탐욕을 멈추자. 묵상과 관상으로 분노와 화냄을 다스리자. 하느님 나라에 대한 꾸준한 정진을 통해 어리석음을 걷어내자.
탐욕, 분노, 어리석음….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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