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에서 정시화 교수님의 ‘에코디자인’ 특강이 있었다. 요즘 생태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처에서 생태환경 보호, 환경 친화적이라는 의미로 ‘에코(eco)’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주에 에코 디자인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는 특강 내용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식문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환경을 위해서는 음식의 재료나 조리법뿐만 아니라 우리의 밥상을 새롭게 디자인해 먹기 전이나 먹고 나서나 한 상 가득인 밥상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한 상 가득 차리기로 인한 음식낭비는 우리의 잔칫상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결혼식 후에 차려진 뷔페에 가보면 마치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넘치게 덜어다가 부지런히 쓰레기통으로 나르고 있는 것 같아서 죄스럽기까지 하다.
잔칫상의 에코디자인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필자는 국내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오픈 파티 음식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체요리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한입 크기의 음식으로 만들어 큰 접시에 담아 들고 다니며 대화중인 손님들이 하나씩 집어먹을 수 있도록 서빙 하는 방식이었는데, 한식과 양식이 어우러진 다양한 메뉴의 음식들이 모양도 앙증맞은 데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일일이 접시와 젓가락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대화를 나누기에 좋았고 욕심을 내서 필요 이상으로 덜어놓지 않게 되니 버리는 음식도 없었다.
푸짐한 잔칫상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먹은 것 같지 않는 인색한 밥상일 수 있겠지만 음식 문화에 있어 에코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적게 소비하고 많이 나누고 간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에코디자인의 시작이라는 정시화 교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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