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에 누워있자니 목 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은 바람이었다.
‘올레길 신앙길’ 취재를 하며 제법 길을 다녔지만 이번 취재는 성 서 루도비꼬 성지로 가는 청계산 등산로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쉬었다. 규칙적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금세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은 두근거린다.
일어나 올라간다. 길은 멀고 험하다. 얼마를 갔을까. 멀리 ‘십자가의 길’이 보인다. 누가 이렇게 인적 없는 산에 십자가를 세웠나. 십자가는 반가운 길벗이 돼 주었다. 몸뚱어리를 지탱하고 땅을 디뎌온 무릎이 자연스럽게 나를 꿇려 앉혔다. 그 앞에 ‘십자가의 길’ 제1처가 나를 보고 서 있다.
힘을 내던 길엔 2처가, 마음을 다잡은 길엔 3처가 있다. 바위 옆엔 4처가, 이름 모를 나무 옆엔 5처가 있다. 가까스로 올라간 길, 성 서 루도비꼬 성지도 잘 찾아 취재했다. 다시 돌아간다.
기쁘다. 한걸음에 지그재그로 달리며 요리조리 내려간다. 높은 산과 싸울 일도 없고, 물을 마실 수도 있고, 해가 떨어지기 전 집에 갈 수도 있다. 올라올 때 그리도 멀었던 이 산길이 이리도 짧았던가.
무심코 산을 내려가다 옆을 바라본다. 벌써 십자가의 길 9처다. 올라갈 때는 십자가마다 묵상하며 뜻을 새겼는데, 내려오다 보니 그냥 지나쳤다. 다시 내려가다 옆을 보니 십자가의 길 6처다.
올라갈 때는 그리도 반가운 십자가 하나, 하나였는데 내려오니 3처씩 신나게 내려간다.
그것도 내려오며 힐끔 쳐다봐야 그 정도다. 내가 가장 간절할 때, 이웃의 소중함을 알고 주변을 둘러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라갈 때는 정말 간절했다. 14처 끝에 목적지가 있으므로 십자가마다 환호했던 것이다.
‘깨달음’을 곱씹으며 내려가다 뒤로 크게 넘어졌다. 산 등걸에 걸터앉아 바라보니 또다시 십자가다. 제3처, “예수님께서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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