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일(30일)이다. 한국교회는 1989년부터 5월 마지막 주일을 보편교회를 따라 ‘세계 젊은이의 날’로 지내오다, 1993년부터는 독자적으로 ‘청소년주일’로 바꿨다.
교회가 전례력에서 특정 주일을 제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해서 대충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주일이 제정됐다는 것 자체가 교회가 청소년 문제의 중대함을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청소년 신앙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각오와 노력의 방향을 재점검해 볼 시기가 됐다. 그동안 청소년 사목에 대한 접근은 대부분 ‘반성’이라는 원론적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한 가지 측면에서만 이뤄졌다.
실제로 교회는 청소년 신앙교육을 위해 매년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신앙 활성화 방안과 교리교육 효율화를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관련 교재와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일선 본당에서도 예산의 우선순위는 늘 청소년이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신앙 활성화가 아직도 문제가 된다면, 이제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피교육 대상자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피교육 대상자를 변화시키고, 각종 능력을 함양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청소년들이 원한다고 밴드를 만들어 주고, 청소년들이 원한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것이 진정한 신앙 교육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결과가 어떤가. 미사 때 진정으로 하느님을 체험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되는가.
그동안 교회는 청소년들을 ‘함께함’이라는 고상한 구호로만 대했지,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인식으로 접근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하느님의 풍부한 은총의 맛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교리교사의 능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청소년 사목의 예산이 청소년 자체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교리교사의 영성을 함양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리교안과 율동, 레크리에이션은 방편이다. 교리교사는 한 청소년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영성을 견지해야 한다. 교리교사 한 명이 성체 앞에서 회개와 감사의 눈물을 흘릴 줄 알때, 50~100명의 청소년들의 새로운 삶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청소년주일은 신앙 청소년주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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