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솜털처럼 부드러워지더니, 시야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야산은 어두운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온 산이 연둣빛 숨결로 일렁이는가 하면, 코 끝에 매달리는 바람결도 마치 연인들의 귀엣말인 양 부그럽기만 하다.
자연처럼 계절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게 또 있을까?
엄밀히 따진다면, 세상엔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물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비록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할지라도 만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명하다고 우쭐대는 우리 인간들은 평소에 얼마만큽ㅁ이나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어제와는 분명히 달라진 사물인데도, 그저 막연히 어제와 같은 모습이겟거니 하는 지레짐작이나, 또는 으레 그건 그렇고 이건 이렇고 하는 식의 틀에 박힌 사고에 얽매인채, 고여있는 물처럼 정체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그러한 생활은 허위의 삶이 아닐 수 없다. 섭리를 외면한 채 스스로의 도그마에 갇혀 사는 삶을 어찌 참된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섭리를 알고, 섭리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삶, 자연의 질서에 거역하지 않고 순리에 따라 사는 삶이 곧 말씀대로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바쁜 일상에 파묻히다 보면 교회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모처럼 산봉우리에 올라 보니, 시야 가득 일렁이는 연두 물결이 시원스럽기 그지 없다. 섭리가 주는 화려한 축복이 아닌가?
이 축복의 의미를 겸허히 묵상하면서, 올해도 날마다 새로운 삶을 열어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경건한 마음으로 간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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