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밖에 모르던 인색한 부자가 유대인 교사 랍비(Rabbi)를 만났다. 랍비는 그를 데리고 창가로 갔다.
『무엇이 보입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그 부자를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무엇이 보입니까?』
『제 얼굴이 보입니다』
랍비와 부자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창문과 거울은 모두 유리로 돼 있으나 거울뒤에는 수은이 칠해져 있어 밖이 안보이고 자신만 보게 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내면에 탐욕으로 칠해진 사람은 자기 밖에 모르는 불핸한 존재지요』
거울은 일종의 자기 도취인 나르시스(Narcissism)다. 독선과 아집이라는 것도 이런 자기 도취적인 것의 산물이 아닐까?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눈에 창밖의 이웃이 보이지 않고 밝고 아름다운 신록의 세상도 보이질 않는 법.
전직 대통령들의 최근 행보를 보라.
IMF 위기를 채 넘기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되살아나는 호화사치의 소비 풍조를 보라.
IMF 위기가 누구 때문에 온 줄도 모르고 마냥 무식하게 저돌적 발언을 하는 이 나라 지도자들에게 연인의 정을 느낄 뿐이다.
최고급 의상실에서 재벌부인과 일부장관 부인이 비싼 옷을 사달랬느니, 사준다고 했느니 하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고위층의 추태가 그렇다.
왜들 그러는 것일까?
애당초 고위 공직자나 그 부인들이 그런 쓸데없는 의상실 같은데 들락거리는 것부터 잘못이다. 입으로는 IMF가 제2의 6·25라고 하면서 자기네들은 희희덕거리면 몇천만원씩이나 하는 옷 가게에 서성거린다면, 집권층에서 떠느는 소리를 믿는 국민이 어데 있을건가!
시대를 외면하는 지도층
모두가 창밖 세상은 보지 못하고 거울 속의 자신만을 들여다 보기 때문이리라.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대 성심교정에서 「삶이란」주제로 말씀하면서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인간성을 회복해야 하며 우리 자신이 참인간으로 성장하고 그같은 힘들이 모아질 때 우리나라 나아가 세셰까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IMF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해도 현재의 한국은 황폐화되고 있고 사기와 범죄가 만연되어 있고 밤거리는 먹고 마시는 집의 간판으로 메워져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의 갈길을 막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우리 사람이란 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데 마음의 영일을 갖지 못하는 데… 우리 사람이란 어떻게 소비하고 어떻게 저속한 것인지…!』
「신록예찬」이란 명문을 쓴 이양화 선생은 이렇게 자탄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의 탐욕에 매달린다. 하나는 힘으로 상징되는 권력이요, 또 하나는 돈이라는 금력이다. 모두가 탐욕에서 비롯되고, 그 탐욕으로 패가망신의 길로 치닫게 된다. 또 이같은 탐욕은 우리 사회를 사납게 만들 뿐 아니라, 권력과 부(富)의 편중 현상을 가져와 「부익부 빈익빈」의 부조리를 낳는다. 많은 근로자들의 가계가 빚더니 위에 올라 앉았는데도, 천만원짜리 스웨터에 수천만원어치의 옷을 한꺼번에 사들일 수 있는 여성들은 이땅의 평범한 주부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돈과 권력을 향한 집착, 이것이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와 나라를 송두리채 병들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불가(拂家)에서도 무소유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항상 강조하는 나 자신도 차 끓이는 다기 세벌과 책 50여권씩이나 갖고 있어 반성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고, 또 가지려고 아둥바둥대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할텐데…. 그리고 「크게 버리는 것이 크게 얻는 것「이란 말에 우리는 참으로 겸허해져야 할 첸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다.
자신부터 낮추어야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천부성을 강조한 김수환 추기경 말씀대로 『하느님의 모슴대로 창조왼 우리들은 그렇기 때문에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계절의 여왕, 성모성월 5월이 가고 눈부신 신록이 초여름 햇살에 빛나는 6월.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을 보자. 잠시라도.
마음을 낮추고 창밖을 보자. 지금 창밖에는 과연 무엇이 보이는가?
이번 호부터 봉두완(다위·광운대 신방과 교수, 대한 적십자사 부총재)씨의 시사칼럼, 「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를 매주 게재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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