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의 신비를 특별히 묵상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6일)이다. 이날 신앙인들은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 성체와 성혈 신비를 되새기고 삶으로 구현할 것을 다짐한다.
가톨릭 신앙인들은 매일 혹은 매주 ‘영생을 위한 약이요, 죽지 않게 하는 해독제이며 영원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하는 빵’(안티오키아이 성 이냐시오)을 나누어 먹는다. 영혼의 건강을 위한 필수 식량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성체와 성혈에 대한 묵상과 관상, 구체적 실현이 간과되는 듯해 안타깝다.
만약 교회 안에 분열이 넘친다면 분명 성체성사의 본질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신하지 않는다면 분명 성체성사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체는 그 자체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성체는 그 자체로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기 때문이다.
성체 성혈 대축일이 신비에 대한 경외와 찬미의 주일인 동시에, 반성과 쇄신의 주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는 거룩한 영성체가 주님과 이루는 친교를 증대시킨다고 가르친다. 또 영성체가 우리 각자의 소죄를 용서해 주고, 대죄에서 보호한다고 한다.
성체의 신비는 또한 일치의 신비다. 성체를 모시는 사람과 그리스도 사이에 사랑의 유대가 굳건해지기에, 영성체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일치도 강화한다.
더 나아가 성체성사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투신하게 한다.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참되게 받기 위해서는 그분의 형제들인 가장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이 만약 성체를 매일 모신다고 해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체를 제대로 모시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정의가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2베드 3,13 참조) 이 큰 희망에 대하여 성찬례보다 더 확실한 보증과 분명한 징표는 없다. 이 신비가 거행될 때마다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 한발씩 눈 앞으로 다가와야 한다.
이번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과연 성체를 모시는 우리의 몸이 진정으로 성체의 신비를 구현하고 있는지 묵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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