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트위터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입장을 선전하는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얼마 전까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개진하는 인사를 입건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는 잘 안 드러나지만 4대강 사업과 같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도 경찰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작년에는 한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나 그런 활동을 하는 이들의 이메일을 감청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사용자가 많은 주요 포털에게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정부가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사이버 망명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특히 실명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시행하는 조치여서 국제 사회로부터 망신을 샀다. 그럼에도 인터넷은 물론 오프라인의 언론들도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해보기로 한다.
우선 교회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는 2002년 발간한 ‘인터넷 윤리’에서 교회가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로운 교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진리를 추구하고 식별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초석”(12항)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 연장에서 “국가 당국이 인터넷이나 다른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을 통하여 정보를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를 개탄”(12항)하였다. 물론 이때 표현의 자유는 진정한 공동체, 공동선, 연대성에 기초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15항). 그리고 부정확한 보도, 선정주의, 뉴스?광고와 오락의 혼합, 보도와 논평에서 현저하게 약화된 진지함(13항) 등의 문제도 되도록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였다. 그럼에도 교회는 일관되게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검열도 삼갈 것을 요구한다(인터넷윤리, 16항). 설사 규제가 필요한 경우라도 “업계의 자율규제”를 지지하고, “공공에 봉사하고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기준에 따라 규제를 해야 할 것”(인터넷 윤리, 16항)이라고 선언한다.
교회 입장에서 한국사회 표현의 자유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동선이다. 일례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보 공개문제를 들어 보겠다. 모두들 알다시피 침몰 사건이 일어나자 원인에 대하여 언론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심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인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다 중립국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이 구성되고 정부가 정보 채널을 단일화하면서 다른 가능성은 모두 국익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정부가 북한 공격설을 공식화하면서는 자칫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좌파를 넘어 간첩으로 몰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국민의 30% 가까이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았고, 오히려 발표 후에 의문이 더욱 증폭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과연 이때 정부가 보호하고자 한 공익과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추구한 공익 간에 어느 것이 교회가 말하는 공동선에 더 가까울까?
필자가 판단해 보건대 국민들이 제기하였던 의문들 가운데 합리적인 것들은 충분히 수용되고 시간이 걸려도 과학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합동조사단에도 중립국 외에 상대국이 지정하는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했다. 조사기간도 선거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상대 진영에서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충분히 길어야 했다. 결과가 나왔을 때도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이 거의 충족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쟁 운운하며 한반도에 위기를 조장하려 했다. 그러더니 선거 후에는 신기하게도 이 사건에 대하여 정부도 여당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정부가 국민의 공동선을 바랐다고 보기 어려운 일 아닌가? 이 뿐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한다고 공언하는 국책사업들 가운데 언론의 매서운 검증을 피하는 일이 한둘인가?
물론 언론도 부에 의해 좌우되고 특정 정당에 편에 섬으로써 진실과 공정을 해치는 일이(인터넷 윤리, 12항) 허다해서 제도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인터넷과 같은 대안적인 매체가 필요해진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대안 언론들이 참여하여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공동선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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