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오른쪽 눈이시면 결혼하려 합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제자가 고운 규수를 동반하고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왔다. “마음에 드는 색시 감이 생기면 같이 오너라. 내가 오른쪽 눈을 깜빡이면 합격, 왼쪽 눈을 깜빡이면 불합격이다.” 교단에서 학생들과 농으로 했던 말이다. 이 녀석들도 능청맞은 데가 있다. 이를 빙자하여 찾아와서 오른쪽 눈을 깜빡이도록 다그치고는 주례까지 서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주례사는 결혼식 며칠 전에 미리 들려준다. 당일 혼잡한 식장에서 무슨 말인들 제대로 들리겠는가. 사랑하는 제자가 새 삶을 시작하는 참으로 소중한 때에 마음에 깊이 담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선생의 오랜 직업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즈넉이 앉아 듣는 제자 예비부부에게 미리 들려준 주례사의 일부이다. 생활 중에 서로를 like(좋아하다)하지 말고, love(사랑하다)하도록 노력하여라. like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상대가 해 주는 데서 오는 기쁨이고, love는 상대가 필요한 것을 내가 해줄 때에 얻는 행복감이다.
꽃을 like하면 꽃을 꺾어 나의 꽃병에 꽂아 놓고 좋아하나 꽃은 많은 상처를 입고 괴로워할 것이다. 그러나 꽃을 love하면 물도 주고, 햇볕도 쬐며 꽃이 잘 자라도록 배려하는 것이지만 그 수고의 결과에서 얻는 기쁨은 love가 훨씬 오래고 큰 것이다.
열심히 메모를 하면서 듣고 있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양 시집은 참 잘 왔소. 내가 보증할 수 있는 제자이지요” 라고 말하여 함께 웃었다.
세상이 많이 각박해졌다고 모두들 말한다. 따지고 보면 like만의 이기적인 생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고, love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자리할 곳이 사라져가기 때문일 것이다. 곱게 인사를 하고는 손을 꼭 잡고 멀어져가는 제자부부의 앞날이 서로 아끼며 행복한 삶이되기를 기도드리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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