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선종 150주년을 맞아 선포한 ‘사제의 해’(2009년 6월 19일~2010년 6월 11일) 폐막을 맞아, 전국 각 교구는 다채로운 관련 행사로 분주했다. 사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심포지엄을 갖고, 기도를 했다. 원로 사제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사제들만의 잔치를 열기도 했다. 모두 지난 1년간 전국 각 교구가 사제의 해를 잘 지내기 위해 흘린 땀을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바오로 해에는 바오로가 있었지만, 사제의 해에는 사제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로마에서 열리는 사제의 해 폐막행사에 참여하겠다는 사제도 극소수였다.
무엇보다도 사제들의 선교 사명이 재조명되었느냐에 대해서는 특히 아쉬움이 크다. 교회의 복음화 사명(마르 1,15) 실현에 있어서 사제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들은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다(로마 10.17). 사제는 그 역할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스도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시는 목자다(마태 18.10-14 참조). 이러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사제는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찾아 나서고, 믿는 이들이 서로 사랑하며 평화를 나누고, 공동체의 성장을 위하여 각자가 받은 은총에 따라 힘껏 봉사할 수 있게 지도하여야 한다.
그리스도는 가난한 이, 병든 이, 버림 받은 이들 속으로 찾아가시어 그들과 함께했다. 오늘날 사제가 가난한 이, 소외된 이,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써 위로와 격려가 되고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제는 그리스도를 따라 어려운 이들의 삶에 함께하고, 그들의 실제적 구제를 위하여 힘써야 한다. 사제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 마르 10,45).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신앙인들의 기도다. ‘사제의 해’가 ‘사제들만의 해’가 아닌 것은 그래서다.
대구대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는 사제의 해 폐막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제의 해를 폐막하면서 사제들이 특별한 은총 속에서 결심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성으로, 사제 직무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사제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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