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주교님을 모시고 우리 본당의 성전신축 기공식 미사가 봉헌됐다. 기상청의 주간 일기예보는 주말에 3일 연속, 그것도 전국적으로 폭풍을 동반한 큰 비가 내린다고 했다. 기공식 행사 준비를 위해 사제관에 모인 사목위원들의 한결같은 걱정도 “많은 비가 온다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임신부님은 엉뚱하게도 마당에서 행사가 진행되어 햇볕이 따가우면 어르신들 건강에 지장이 있을 것이니, 햇볕을 가릴 수 있도록 구역의 천막을 모두 설치하자는 말씀이셨다.
드디어 23일 아침, 지난 밤까지 내리던 비는 멎었다. 강한 햇볕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흐린 날씨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좋은 날씨 덕분에 행사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전 교우가 하느님께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 정리를 다 끝내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 어쩌지?” 걱정 속에 마음을 졸이며 한 주간을 보낸 교우들이 있었다. “비는 안와. 우리 본당행사에는 비가 오지 않아”라며 마음 편히 한 주간을 보낸 교우도 있었다. 어느 편의 삶이 더 현명한 삶일까? 생각해본다. 미리 걱정을 하기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 주일을 보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삶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성경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550번씩이나 당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 읽은 글이 생각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교우들이 동네 산에 올라 9일 기도를 드렸다. 9일째 되는 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모두들 허둥지둥 뛰어 내려갔다. 그 와중에도 어느 할머니 한 분은 손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며 “하느님께 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드리러 온 사람들이 우산도 안가지고 왔담.”
주님이신 예수님이, 같은 배에 타고 있는 데도 풍랑이 무서워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8,26) 하시던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도 들려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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