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최근 남아공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선수들이 경기 중 종교와 관련된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참가국 선수단은 세리머니에 과민 반응하는 블래터 회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에도 골 세리머니는 지나치게 정치색을 띠거나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 관중석으로 뛰어들거나 관중을 선동하는 몸짓, 상의를 탈의해 맨살을 드러내는 정도만 금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의 선수들은 골을 넣고 나서 ‘성호 긋기’ 세리머니를 종종 펼치곤 한다. 한 예로 브라질 공격수 카카는 골 세리머니로 양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한다. 하늘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경외한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에서는 개신교 신자인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친다.
축구 경기에 전혀 해가 되지 않음에도 유독 기도 세리머니만 반대한다는 블래터 회장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그러한 잣대로라면 골을 넣은 후 반지에 입을 맞추거나 잔디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세리머니도 막아야 한다.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동작을 취하거나 한쪽 귀퉁이에 모여 민속춤을 춰서도 안 된다.
골 세리머니는 축구의 꽃인 골을 더욱 빛나게 하는 뒤풀이다. 골의 주인공들은 기쁨과 환호를 만끽하며 저마다의 스타일대로 벅찬 감격을 발산할 권리가 있다. 신앙을 가진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믿는 절대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앙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근대적 발상이다.
축구 강국 중에는 유난히 가톨릭을 국교로 삼은 나라가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골을 넣고 성호를 긋는 수많은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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