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사목부가 최근 ‘서울대교구 성서사목의 현황과 과제’ 조사보고서를 펴냈다. 본당 사목 현장에서 실시되는 성서 교육 전반에 대해 형태별 실태조사가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안타깝다. 성서 교육 현주소에 대한 연구가 이제야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한국교회 성서 사목의 현주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전 신자 대상 성서 교육’을 실시하는 본당은 전체의 46.4%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 교육도 성경읽기(49.6%)와 성경쓰기(48%)가 대부분이다. 아직도 성서에 대한 구체적 교육이 아닌, 맛들이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각 본당에서 운영되는 성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신자들은 대부분 40~60대로, 여성이 대부분이다.
성서공부는 특정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어선 안 된다. 모든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체험하고 회심하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본당들이 이러한 당위성을 성취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본당에서 실시하는 성서 교육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각 본당에서 도입, 운영하는 프로그램 내용과 종류, 참가 대상 등은 일부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교육 프로그램들도 말씀을 묵상하고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부분보다는 지식적 차원의 접근이 대부분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특정 연령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유아와 초?중?고등학생들만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남성들과 장애인들, 재소자들이나 환자, 직장인 등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 없다.
성서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령과 학력, 성별, 직업 등에 맞는 보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재를 개발하고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올바른 봉사자 양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양성 과정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당 사목자의 관심과 격려다.
‘성서사목’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성서는 사목의 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사목의 근원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강조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 강조되어선 안 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