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다니는 성당 교중미사에는 4명의 가족이 복사를 한다. 원래 복사인 형제나 남매와 그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인데, 이때 가장 서툰 사람은 아무래도 아버지이다. 자녀의 눈짓 손짓을 살피며 열심히 따라 해도 계속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그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렇게 가족 복사를 하고 나면 아버지들의 신앙심이 더욱 돈독해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복사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부러워하는데, 그것은 필자로 마찬가지이다. 두 아들이 아버지의 소원대로 형제 복사를 했지만, 그 당시에는 가족 복사 제도가 없어 지금처럼 복사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적이 있다. 큰아들이 사제품을 받고 새 사제학교에 들어가기 전, 본당에서 교중미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분배할 때였다. 필자도 성체분배자의 소임을 다하려고 아들을 도왔더니 그것을 보고 모든 분들이 「부자가 함께 성체분배를 하다니」하고 부러워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감격스럽다.
또한 우리 성당은 매일 미사마다 강론을 한다. 필자는 10여년째 미사레 참례해 복음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 노트가 수십권에 이른다. 그 노트는 나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노트를 작성할 때는 미사책의 복음을 맞춤법과 띄어쓰기 하나라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기려고 애쓰는데, 이것은 나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치매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필사해 아들에게 주었다고 하는 개신교 신자인 큰 처남 얘기를 듣고 『나는 이 노트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생각중이다.
한편 요즘 필자는 주보에 나오는 미사해설자 명단을 보며 「세대 교체」란 말을 실감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을 찾던 것이 이제는 둘째 아들 이름을 찾으며 대견함과 함께 웬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행복한 쓸쓸함」이다. 늘 우리 가족과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모든 독자들의 가정에도 평안과 기쁨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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