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생명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 한 뒤 보험금을 노려 4개월 동안 끈질기게 자살할 것을 강요했던 채권자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이다.
IMF 여파가 실직자 증가와 가정파괴로 이어지더니 급기야는 생명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인간성 말살로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름도 생소한 위력자살결의미수라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채권자들은 폐기물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채무자에게 공장신축자금을 빌려주었다가 못 받게 되자 강제로 보험에 가입시켜 보험금을 받아 챙기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같은 인간으로서 소름끼치는 사실은 주말에 죽으면 평일보다 보험금을 두 배로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 평일보다는 주말을 택해 죽으라고 강요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우리 인간이 변해 버렸을까 하는 자책과 회한은 물론 그들과 같은 울타리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수모마저 느끼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채권자들은 고속도로 등으로 채무자를 끌고 다니며 대형 트럭에 받쳐 죽으라고 강요하면서 그 뒤를 따라 다녔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간성 상실시대에 살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의 가치가 IMF 시대를 맞으면서 돈의 가치 속에 세차게 함몰해 가고 있음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생명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최상의 의미이다. 그리스도의 모상대로 태어난 인간은 하느님만이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실 수 있는 분이다.
우리 교회는 생명의 날을 제정하면서까지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널리 선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 교회의 생명수호 노력이 부족하거나 어쩌면 빛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한 우려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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