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남성구역 모임이 있었다. 복음의 주제는 ‘용서’였다. 매월 모임 때마다 복음나누기를 하면서 진행자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기도로 주님을 청하라고 해도, 복음말씀을 읽고 신앙체험 나눔을 하라 해도 근엄한 표정에 굳게 닫힌 입은 좀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그러나 어제는 여느 때와는 달리차례를 기다릴 겨를도 없이 격앙된 목소리로 다투어 토론에 가담했다. 일흔일곱 번이 아니라 한 번도 용서가 어렵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용서해야 된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각자의 체험까지 증언으로 들려준다. “살인자가 나쁘지. 그 자식이 무슨 죄가 있겠소. 유영철을 용서했다고 말한 것은 그 아이가 아비 없는 자식으로 키워지는 것이 가여워서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어머니, 아내, 4대독자 아들을 잃은 ○○형제의 말이다. 아무 상관도 없이 가족을 처참하게 잃은 ○○형제보다 더 큰 원한이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음식도 먹지 못했습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밤마다 한강을 찾았습니다. 하루에도 수 만 번씩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이 이어졌습니다. 살아남은 두 딸과 손자 손녀들은 어떡하나. 하느님이 저 아이들을 보살피라고 날 살려주신 것이 아닐까. 발길을 끊었던 성당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화가 치밀 때마나 성경을 필사했습니다.” 성경필사로 성당에서 받은 상금은 유영철에게 영치금으로 보냈다고 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이렇게 기도해 보시오. 하느님! 제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누구를 하느님께서 용서해주시고, 용서를 못하는 저도 용서해 주소서.”
어느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다.“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래야 네가 행복해진다.” 오늘도 사형제 폐지 운동의 전단을 돌리고 있는 ○○형제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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