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교사를 하고 있는 본당 선배와 연락이 닿았다. 우리 연배에 장년단체 들어가도 막내로 허드렛일부터 해야 하고 젊다는 이유로 감투란 감투는 있는 대로 쓴다는 게 선배가 아직 ‘청년’ 교사를 하는 이유다.
청년은 아픔이 많다. 더 젊은 청소년들에 비해 덜 사랑받는다. 청소년을 향한 교회의 관심과 사랑은, 밑 빠진 독이라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끝이 없는데 청년들은 정작 관심 밖이다. 청년시절을 성당에 바치고 취직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청년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린다. 서른 다섯이면 청년 레지오로 가야 하는지 장년으로 가야할지, 20대라도 결혼을 했다면 청년 성가대에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된다. 장년단체를 기웃거려보면 선배의 경우처럼 앞날이 보인다. 본당 선·후배와 동료 중 성당에서 활동하는 이는 없다. 청년들 특히 선배 같은 늙은 청년들은 결국 갈 곳이 없다. 청년이라 하기에는 너무 늙었고 장년이라기에는 젊다.
얼마 전 수원교구 율전동본당 청년들이 프로그램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아 전 신자가 함께하는 본당의 날 행사를 치렀다. 청년들은 작년에도 본당 소공동체 떼제 피정을 맡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은 좋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성취감이 크다. 함께 프로그램을 짜며 청년들끼리 친교를 다졌다. 대견한 듯 바라보며 프로그램에 임하는 어른 신자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자부한다. 청년들이 본당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시도를 했다는 본당 사목자의 말도 의미 깊다.
청년들은 본당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주인공으로 여기고 내어맡기는 공동체의 시도가 새롭다. 청·장년층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뢰를 쌓았다. 청년들은 더 이상 청소년과 어른들 사이에 ‘낀’ 세대가 아니다. 행사 때면 천막 치고 접고, 청소하는 청년들이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을 교회의 미래라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 위에 청년들이 있다. 청년들은 청소년보다 먼저 교회를 이끌어 갈 장년신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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