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명동성당이 일터를 잃은 실직자들과 그 가족이 겪을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명동성당 평화의 집」을 개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정든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실직자가 하루 1만 명씩 쏟아진다는 우울한 소식이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평화의 집 개원은 실직자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미 많은 본당과 단체에서 실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의 손길을 펼쳐오고 있어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명동성당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실로 환영해 마지않는다.
실직자들 중에는 구직에 관한 정보를 얻고 정신적인 재충전, 신앙적인 격려를 받고 싶어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해야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약해져 있는 실직자들은 이런 격려와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실직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재기의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평화의 집을 마련한 것은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스스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명동본당은 이번 평화의 집 개설에 즈음, 이 시대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인 실직자들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요, 교회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한 바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졸지에 일터를 잃은 실직자들은 어쩌면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는 정신적인 좌절에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명동본당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직자들을 위한 갖가지 도움도 이런 점에서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정신적인 포용력을 발휘, 얼마만큼 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동본당을 비롯 각 교구와 개별본당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실직자 돕기나 단순히 취업정보 제공과 일자리 알선, 식사대접 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신앙을 나누는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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