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대」라는 별명을 가진 할머니가 계셨다. 유난히 튀어나온 앞니에 커다란 목소리 그리고 입이 몹시 거칠어 붙여진 별명이다. 한번은 늦은 저녁 문단속하느라고 한 바퀴 돌다 보니 그분이 복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 뭐하세요?』
창밖을 가리키며 할머니 왈 『저것이 지금 세바꾸째 돌고 있어』
은은한 달빛아래 수녀님이 묵상하며 조용히 정원을 거닐고 계셨다.
이 할머니께서는 신자도 아니신데 부활 밤미사에 참례하셨다. 세례갱신식이 있었다. 신부님께서 『…끊어버립니까』하시자 모두 『끊어버립니다』하였다. 이 세 번의 「끊어버립니다」후 신부님께서 『…을 믿습니까?』하였는데 그 유난히 큰 목소리가 『끊어버립니다』라고 되받았다. 신부님이 쳐다보시고, 할머니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사태를 파악 못한 할머니가 『와 그리는데…』하며 말끝을 흐리셨다.
신자로서 우리가 끊어야 할 것들을 교리서에는 칠죄종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다.
교만 탐욕 질투 분노 탐식색욕 게으름이다. 죄의 뿌리들. 내가 특히 빠지기 쉬운 유혹은 어느 것일까.
반면에 우리가 끊어버릴수 없는 것들. 그것은 우리를 존재케 하는 존재의 기반이다. 나는 나의 부모님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으며, 내게 생명을 주신 분은 하느님이시다. 또한 나를 「나」로서 인정해주는 「너」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참으로 끊어버릴 수 없는 것은 『너희 하느님과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그 연결의 끈이 사랑인 것이다. 많은 사랑법이 있지만 사랑의 근본은 자기희생이며 자기 헌신이다. 이웃과 하느님과 나를 맺어주는 이 끈을 끊어버리지 않도록, 아니 이 끈이 썩은 동아줄이 아닌 질긴 동아줄이 되도록 이사순시기, 은총의 시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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