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큰 언니 혼자 남아 외롭게 살게 되었으나 그루에 그 집을 팔고 언니는 그 집 작은 방에 세들어 살다 형부를 만나 1년 반 후에 결혼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잃은 우리는 슬펐지만 맡은 바 일에 열성을 다하여 열심히 살았다.

큰 오빠는 육사에 잘 다니고 주말이면 외박을 나와 우리와 함께 지내다 들어가면 주말 토요일엔 작은방에 여섯 식구가 함께 자게 되는 것이다. 살림은 늘 어려웠으나 사랑으로 모든 것을 참고 살았다.

서울 제기동에 아버님 순직비와 시골집을 팔아 집을 샀으나 돈이 부족해 전세를 주고 우리는 1년 반 뒤에 내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 비록 아주 작은 방3개짜리 한옥이었지만…. 그때의 우리 생활은 몸시 어려웠지만 큰 오빠는 국비로 공부하는 입장이라 학비가 들지 않았고 작은 언니는 여고 졸업 후 곧 취직을 하게 되어 동생들의 학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이모와 시장에서 아주적은 노점상을 분양받아 야채장사를 하셨다. 부식은 그런대로 해결되었으나 어머니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에 연탄화로 하나 의지하고 엄청나게 옷을 껴입고 지내시던 몇 년 동안의 그 모습은 내게 지울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니다. 어머니는 고생을 말없이 참아내셨으며 작은 오빠 대입공부때는 함께 밤에 책을 보시거나 신문을 보시며 공부하는 아들 곁에 않아 늘 잠에서 떨쳐 나게끔 해주셨다.

어떻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냐고 하시던 그 모습도 훌륭한 어머니로서 본받을 만했다. 시장에서 밤늦게 돌아오셔서도 잠을 청하지 않고 늘 공부하는 자식 곁에서 말없는 도움을 주셨으니 작은 오빠도 공부를 열심히 잘 해서 그토록 원하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합격하였다. 홀어머니께서 얼마나 기쁘셨겠는가? 두 오빠는 공부로서도 큰 효도를 해드린 것이다.

생활이 어렵던 터라 작은 오빠도 가정교사를 하여 학비와 용돈에 보태 썼다. 작은 언니가 동생들 뒷바라지 해주느라 많이 고생했고 나 역시 여고 졸업 후 대학시험에 낙방한 뒤엔 재수하라고 하신 어머니와 형제들의 바람에 미치지 못하고 그 당시 너무 어려웠던 우리 집의 살림을 위해 일단 취직을 하게 된다.

대학은 나에게 너무 사치한 바람이었으며 또한 자신감도 없었고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도와드리려 언니와 함께 같은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직장에서 비서로서 열성을 다하여 재직하던 중 결혼하고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나는 직장에 사표를 내게 되었다.

내가 어렵게 공부하던 여고 3학년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함께 성당에 나가게 되었다. 그때는 막연했지만 참으로 엄숙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고3 볼업무렵 성탄절 전날의 세례식은 내게 천사들의 행렬이라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 후에 나는 친구와 떨어져 다른 직장을 갖게 되었으므로 서로의 생활이 다르게 되어 신앙생활도 잊고 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