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이 드디어 취임했다. 무서운 집념과 인내로 온갖 시련과 어두움을 헤치고 대통령이라는 정상을 차지한 새 대통령의 취임을 국민들과 더불어 축하하면서 하느님의 가호가 새 대통령의 앞날에 함께 하시어 이 나라가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나라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바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소위 IMF 라는 미증유의 대 혼란 속에 당선돼 취임전부터 실세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이미 수행해왔다. 따라서 김영삼 전임 대통령이 퇴임과 함께 밝힌 「영광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는 토로는 아마도 새 대통령의 경우 보다 일찍 실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선 후 정상을 차지한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난파선을 이끌고 잠시라도 머무를 곳을 찾아 휘몰아친 그의 행보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는 전편에 그의 열정과 의지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는 한편의 대 서사시와 같았다. 국정 전반을 꼼꼼히 챙긴 취임사를 들으며 우리 국민들은 그늘 없는 정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감과 아울러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던져준 새 대통령의 취임사는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고 너무나 폭넓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약간의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물론 우리가 직면한 엄청난 문제의 본질을 헤치고 보면 아마도 며칠이 걸릴 취임사를 하고도 시간이 모자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에겐 각 분야에 걸쳐 세세하고 꼼꼼한 약속과 공약보다 「죽을힘을 다 할 테니 나를 믿고 힘을 보태 달라」는 새 대통령의 믿음직한 한 마디면 충분했다. 그리고나서 「진정한 축하는 5년 후 받겠다」는 한 마디를 보탰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을 터였다. 화려한 말과 약속의 출발, 그 과정과 끝을 우리 국민들은 이미 전임 대통령들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새 대통령과 우리 국민이 함께 넘어야 할 시련의 산들은 너무 높고 또 험하다. 총리 임명과 관련, 난항을 겪고 있는 정치적 어려움과 이제 어두운 터널의 입구에 들어섰을 뿐이라는 IMF 한파, 그리고 정의와 인권의 신장을 기다리는 목마른 이들, 남북의 화해를 통한 평화적 통일의 길 등등.
그러나 잘못된 자리를 바로 잡고 부정과 부패로 인한 정치 사회 경제적 혼란 등 모든 숙제를 대통령 혼자 풀 수는 없다. 「국민의 정부」는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보탤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국난의 시기에 국정을 책임 맡은 새 대통령의 무거운 어깨에 위로를 보내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보다는 어떤 국민도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대통령이 되기를」진정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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