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 많은 노인 분들 중에 사순절 십자가를 바라볼 때 생각나는 할아버지가 한 분이 계시다. 조그만 체구에 새까만 얼굴을 가진 일명 「대추씨」할아버지. 노래와 춤을 누구보다도 신나게 잘하시던 분이셨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가 숱한 고생을 하시고 해방 후 돌아오시어 산천을 떠돌며 나그네 생활, 탁발(?)생활을 하시다가 마침내 양로원에 정착하신 분이었다. 그분은 치매증상 때문에 푹신한 침대에 화장실이 딸리고 식사가 매일 방으로 배달되며 주치 수녀님이 늘 함께 하시는 특실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분은 신자는 아니셨지만 수녀님께서 식사 전 기도를 하시면 『아부지, 잘 묵겠씸더』하며 기도를 마무리하셨다. 어느 날 『아부지』가 『예수님』으로 바뀌는 바람에 수녀님이 물으셨다.
『할아버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아세요?』
그 물음에 할아버지는 다 안다는 식으로 벽의 고상을 가리키며 『누구긴 누구여, 저 벼랑빡에 붙은 사람이지』
이 이야기를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사순절이다.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이면 십자가 위의 예수, 세상에 누구보다도 외롭고 쓸쓸하게 한 세상을 살다 간 33살의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먼지이며 티끌인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그것을 예수의 생애와 그분의 말씀을 통해 알수 있다고 배울 수 있다. 그분의 삶 전체를 흐르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그가 겪은 고통의 밑바닥에 고인 깊은 사랑을 통해 그리고 마태복음 5장부터 8장까지의 그 강경한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사랑은 자기 죽음과 고통을 통해 싹트며 자란난다. 마치 꽃눈을 틔우기 위해 춥고 메마름을 묵묵히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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