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가족이 장기를 기증했다는 본보 보도를 접하면서 신앙인으로서 사순절을 사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기도 관주군 도척면에 살고 있는 김화식 대건 안드레아(50세ㆍ도척본당)씨 가족이 4명이 지난 1월 본당주임신부의 「장기기증을 통한 이웃사랑」을 강조한 강론을 듣고 곧바로 강남 성모병원을 찾아가 장기기증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들이 기증한 장기는 심장과 간장, 췌장, 신장 및 안구 등 모두 합해 22개에 이른다고 한다. 사후 장기이식이라는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도저히 회생 불가능한 생명을 그만큼 구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참으로 회개와 보속의 사순시기에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장기를 바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희생과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소식을 접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우리 신앙인들도 각 가정마다 한 가지 이상씩의 의미 있는 선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까지 이웃을 향해 철저히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사상의 영향과 이웃사랑의 부족으로 극히 드물게 장기기증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바로 이러한 때 우리 교회가 장기기증 운동을 새로운 사순절 운동으로 펼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1년 전인 97년 2월 5일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주교와 사제들이 미리 작성한 유서를 통해 사후 시신을 비롯한 일체의 장기를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주고 그 나머지는 화장해 한줌의 재로 뿌려줄 것을 결의한 사실을 더욱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일은 장기기증자들은 결심을 굳힐 때까지 갖가지 자기반성이나 내적갈등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사후에 남에게 나누어줄 장기들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사용하고 관리를 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 같은 마음가짐은 사순절에 가져야 할 신앙인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과 함께 참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은총의 사기 사순절에 들려온 한 신자 가족의 시신기증 소식은 보다 많은 신자 가정들이 뒤를 이어 동참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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