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미사가 전국평협 주최로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번 미사는 당초 여러 가지 우려 속에 미사가 준비됐다. 그러나 정작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한결같이 같은 신앙인의 입장에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책임을 나누고 힘을 보태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정부수립 이후 장면내각에 이어 두 번째로 신자대통령을 맞이했다는 기쁨을 나누는 기회도 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신자 대통령으로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통령이 돼 달라는 3백60만 교회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을 전한 기회라는 점이다.
자칫 이런 미사는 신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종교적 부담감을 더해주고 아울러 드러나게 신자임을 표출함으로써 타종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 요란을 떨며 개신교 장로임을 내세웠던 김영삼 대통령의 5년 임기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바 있기에 신자 대통령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미사에 참석해 5년 후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쯤, 가톨릭 신자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처럼 나라가 발전하고 뭔가 달랐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한 사람의 신앙인임을 솔직히 고백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동시에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는 부족한 만큼 우리 신자들이 열심히 기도하면서 도와 줄 때 가능하다며 인간적인 호소도 잊지 않았다.
김당선자의 이 같은 호소는 신앙인으로서 당연한 요청이며 우리는 그 요청을 적극 수용해야만 한다. 아울러 그 요청은 우리 신앙인들이 각자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신앙인다운 삶을 살아 갈 때 결실로 드러날 수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우리는 진정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그가 한 약속대로 당장의 갈채나 칭찬에 연연하는 대통령이기보다는 먼 훗날 역사적인 평가를 더 두려워하는 대통령, 세상의 이치를 양심과 신앙의 잣대로 재어 보며 나라를 이끄는 진솔한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리 신앙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 주는 일이다. 우리 신자만의 대통령으로 묶어두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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