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지난달 21일부터 5일 동안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 방문은 교황이 오랫동안 원해왔으나 쿠바 국내 및 국제 정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루어져 왔던 것으로 레바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방문과 함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을 만큼 험난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이뤄졌다.
교황의 쿠바 방문은 지난 81년 폴란드 방문이 동구권의 변화를 이끌었듯이 국제사회에 굳게 문을 닫아온 공산국가 쿠바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59년 공산화된 이후 카스트로 정권은 일체의 교회 활동을 제한해왔다. 5백 년의 가톨릭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 40년 동안 무신론이 강요되면서 교회는 생명력을 잃어왔다.
당이 정치권력은 물론 국민들의 모든 생활 조건을 장악한 쿠바 사회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당원이 될 수 없었으며 수많은 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는 교육 기관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사제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목과 선교활동조차 금지됐고 신변의 위협으로 인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했으며 교회는 탄압받았다.
교황은 쿠바 방문 동안 교회에 대한 탄압과 제한을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고 예수회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카스트로는 교황의 요청에 귀를 기울였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피폐로 고통받아온 쿠바 국민들은 교황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이번 방문은 교회적으로는 물론 국제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0여 년간 무신론 국가로서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조차 금지돼온 쿠바에 종교의 봄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공산국가 쿠바에 민주화의 바람이 일고 잠겨진 빗장이 풀릴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교황 방문을 기점으로 쿠바에 불기 시작한 복음의 열매가 열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미 중국은 세계로 문을 열었고 중국의 가톨릭교회와 발걸음을 같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동포인 북한은 식량난 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굳게 문을 닫고 있다. 교황의 쿠바 방문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 바라면서 하루 속히 중국화 북한에도 우리의 염원을 담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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