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시대에 교회의 길을 묻다(1) : 독서사목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제30차 정기심포지엄에서 김민수 신부(왼쪽)가 ‘한국교회 독서사목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문화의 시대에 교회의 길을 묻다(1): 독서사목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김민수 신부(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원장)는 한국교회 내 독서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교회서적은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켜주고, 삶이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능함을 깨닫게 한다”며 “교회서적을 읽는 영적 독서는 하느님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한국교회 독서사목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독서사목에 대한 인식이 아직 확산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사목자와 평신도들이 독서사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07년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자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명 중 6명에 가까운 58.6%의 신자들이 한 해 동안 교회서적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98년 59.5%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10년 동안 교회서적의 독서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사목에 관한 교회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계 출판사의 도서선교와 2005년부터 약 3년간 가톨릭신문이 실시한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져 왔다. 하지만 김 신부는 이런 활동이 교회 서적을 알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지속적인 독서문화를 정착시키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독서사목 - 책 읽는 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문화의 복음화 포럼과 가톨릭신문과 공동으로 기획한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은 독서사목의 실질적인 활용에 대해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구성한 ‘독서포럼’은 교회서적은 물론 일반서적을 대상으로한 독서비평모임으로, 올바른 독서의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독서사목의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부분 본당에서 독서사목의 일환으로 ‘추천도서 읽기’를 선택하고 있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평신도 스스로가 신앙서적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 차원으로 이어져야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독서사목은 신자의 자발적 실천이 요청된다”며 “신심서적을 읽는 행위는 단기적이거나 요식행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평신도 스스로 개인적 차원에서 신앙서적에 관심을 가지고 독서를 생활화하며,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독서사목과 기존 사목의 연계성이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몇몇 본당에서 소공동체 모임이나 레지오 마리애 주회에서 직접적으로 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교회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책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김 신부는 이런 양상에 대해 “독서사목이 별도의 사목으로 존재하기보다 기존 사목과 접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교회 내에 바람직한 독서사목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독서환경조성 ▲독서생활화 ▲독서운동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본당은 휴게실을 이용한 북카페나 도서실 운영으로 신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하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목자와 평신도 모두가 스스로 주체가 돼 독서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09’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의 수는 전체 인구대비 10.1%에 이르지만 보수화, 중산층화, 세속화와 같은 문제점 역시 심화되고 있어 기회와 위기의 양면성을 체험하고 있다”며 “영적으로 메말라 있는 현대인들은 영적욕구와 종교적 체험에 대한 욕구를 여러 형태의 신영성운동을 통해 채우려는 경향이 있지만 교회는 그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질적 신앙 성숙의 첩경은 자기 성찰과 반성에서 시작되는데 근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고 사유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독서사목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한 기회와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고 전했다.
■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한국문화 복음화·토착화 연구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원장 김민수 신부, 이사장 양승규 시몬)은 1985년 8월 1일 결성된 이래 한국문화의 복음화와 복음의 토착화 방안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심포지엄과 세미나, 강연회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최근에는 디지털 문화시대와 발맞춰 문화사목 방안을 연구하며, 사목현장에 접목을 시도하고 복음정신에 기초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가톨릭 문화인들이 연구와 예술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요사업 중 하나를 독서사목으로 정하고, 일반서적과 교회서적을 대상으로 비평하는 ‘독서포럼’을 구성하기도 했다.
‘독서사목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제30차 정기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교회 독서사목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민수 신부와 함께 구중서(베네딕토) 수원대 명예교수가 ‘소통의 사회와 보편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를 했으며. 김영룡 서울대 교수와 오지섭 서강대 교수가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