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서 만나는 최초의 공동체는 가정이다. 인간은 가정에서 보호받고 사랑을 배우며 가족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인간 성숙의 시작이며 근원지인 가정은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해 나가는 생활공동체이기에 사회의 기본적인 조직이며 핵심인 것이다.
하숙집으로 전락했던 가정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농업 중심적 전통사회에서 도시 중심적인 산업사회로 변화되었고 시골마을 중심으로 대가족이 도시중심의 핵가족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는 가정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기보다 경제생활을 우선으로 살게 만들었고, 자녀들은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과중한 학교 공부에다 과외공부까지 해야 하는 벅찬 생활 속에 밤늦게 집에 돌아오게 만들었다.
어쩌다 가족이 함께 모여도 텔레비전이 가족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간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가정에서 심신의 안식을 누리고 재충전하는 스위트 홈(Sweet home)으로서의 가정은 사라지고 더 이상의 대화가 없고 나눔도 없는 잠자고 밥 먹는 인간의 기본욕구만을 해결하는 하숙집으로 변하고 말았다. 또한 가정에서 심신의 안식을 얻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부정행위나 과음 및 도박, 가출 등을 유발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켰다. 우리 전통적 가정에서는 부모에 대해 효도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자녀를 인간답게 교육하는 것이 그 목표였으나 가정제도의 가치관 변질의 영향으로 많은 노인들은 안주할 가정을 잃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가정 밖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요즘 경제 제일주의만을 추구해오던 우리의 사회구조는「IMF라는 금융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산업화속에서 개인주의적 사고와 돈의 가치만을 숭상했던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비정상화된 모든 구조와 가치관을 재고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ㆍ경제ㆍ사회구조 조정에 앞서 가정의 기본구조부터 재조정되지 않으면 어떤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정은 인간사회의 모든 구조에 우선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생활 위주의 삶이 가정생활 중심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많아져
지금 IMF 금융위기로 가족들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다. 밖에서 일에 파묻혀 가정을 뒤로했던 아버지가 돌아오고 있고, 두 개 세 개의 학원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둘러메고 나갔던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에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볼 수 없었던 가족들이 이제 점점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하숙집과 다름없이 각자의 일로 바쁘게 살았던 우리들이 돌아온 가정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월급만 받아오는 존재로 잃어버렸던 아버지의 자리, 학교와 학원으로 위탁하고 포기했던 어머니의 역할, 대학입시를 위해 지적능력만을 강요했던 자녀들….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지금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황망(慌忙)해 하고 있다.
이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와 자녀들은, 어머니와 자녀들대로 각자 자기의 위치로 복귀할 시기이다. 지금까지 가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위치를 잃어버렸다면, 다시 배우고 찾아서 우리의 가정부터 새롭게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을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가정의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아내와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어머니는 가정의 아내로서 가족들의 평온함과 생명유지를 위해 제대로 살림을 꾸려야 하고,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가정의 희망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대화로써 어깨 감싸야
그동안 각자의 개인생활을 위해 함께 하는 공동체의 삶을 포기했던 우리는 가정생활부터 각자의 불편함을 희생하며 서로가 대화로써 어깨를 감싸 안아야 한다. 이렇게 돌아온 가족들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노력과 희생이 우리의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고 이러한 가정들이 모여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켜 나간다면 IMF 금융위기는 반드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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